현대重 17년 무쟁의 비결
오종쇄 위원장 "화합 중요"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회사가 잘 될 때 성과만 요구하는 노조가 돼서는 안됩니다.” 현대중공업의 17년 연속 무쟁의 임금협상 타결을 이끈 오종쇄 노조위원장(52)은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노조의 역할은 투쟁, 요구보다 '혁신'”이라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고용을 책임지는 노조는 해당산업을 이해하고 10년 뒤를 예측해야 한다”며 “그래야 노동가치를 유지하고 (사측에)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조는 고용유지를 위해 혁신이 필요하다”며 “투쟁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고, 잘 될 때 성과만 요구해서도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설립 이후 최초의 연임 위원장인 오 위원장은 지난해 대기업 최초로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제도) 도입을 이끈 인물이다. 당시 그는 “선진 노조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수용 입장을 밝혔다.
올해 임금협상은 타임오프제 도입 이후 첫 협상이다. 그러나 오 위원장은 올해 달성한 '17년 연속 무쟁의'라는 기록에 큰 의미가 없다고 언급했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 노조 전체가 찬반투표를 거쳐 합의한 것으로, 시기나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둘 이유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금융위기 직후 조선 산업의 위기를 발 빠르게 파악, 사측에 임금단체협상을 위임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오 위원장은 “임금, 근로조건을 떨어뜨리지 않는 길 내에서 회사와 함께 위기를 극복하려한 것”이라며 “해운사들이 자금난을 겪으며 한국 조선업이 최악의 국면에 처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위임 시 다수 노조원들이 이런 절박성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도 넓은 의미에서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며 “좋을 때도 언제나 위기를 생각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1984년 현대엔진(1990년 현대중공업과 합병) 입사 후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역지사지', '원칙' 중심의 노사론을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협상 시 사측에서 한번 거절한 안건은 파업해도 끝까지 안되는 것이어야 하고, 파업을 통해 통과될 안건이라면 그 전에 대화로 이뤄져야 한다”며 “그 원칙이 이뤄지지 않으면 파업은 반복된다”고 언급했다. 오 위원장은 2007년부터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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