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 유럽 같은 선진국 보다 왜 유독 신흥국들이 몰려 있는 아시아 국가에서 금리인상 같은 인플레이션 대응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블룸버그통신은 21일 식품 가격 상승이 미국, 유럽 보다 아시아 지역 인플레이션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어 아시아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더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지수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유럽은 15%, 미국은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아시아의 경우 30% 이상을 차지한다. 아시아 가운데 한국은 10%로 적은 편이지만 중국이 30%를 넘고 필리핀과 인도는 45% 수준이다.
육류와 야채 가격 등락에 아시아 지역 경제가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지금과 같이 글로벌 식품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시기에 아시아 지역 정책 결정자들이 더 공격적으로 금리인상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입에서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불호령이 떨어지게끔 했다. 중국은 긴축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지난해 10월 이후 다섯 차례 금리를 인상했으며, 연 4% 수준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맞추기 위해 계속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인구의 42%가 채식주의자인 인도에서는 양파 가격 상승이 정부에 대한 민심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인플레 문제로 고심하던 인도 정부는 지난해 부터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10차례나 인상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야오 샨빈은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는 소비에 있어 음식료 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이라며 "나라가 잘 살수록 음식료 지출이 전체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준다"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 지역 식품 회사들은 식품 물가 상승으로 주가 상승 수혜를 얻었다. 올 해들어 MSCI AC 아시아퍼시픽지수가 0.6% 하락했지만 50개 식품기업으로 구성된 블룸버그 아시아 퍼시픽 식품지수는 같은 기간 8%나 상승했다.
세계 식탁 물가는 전 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급등중이다. 유엔 산하기구인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식량가격지수는 6월 233.8를 기록, 5월 231.4 보다 상승했다. 지난해 6월 보다는 39%나 급등했다.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은 6월 기준 전년 동기대비 57% 급등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주식으로 먹는 쌀 선물 가격은 시카고거래소에서 최근 1년간 69% 올랐다. 같은 기간 쌀 주요 생산지인 태국에서 수출하는 쌀 가격은 23% 상승했다. 인도네시아산 매운 고추 가격은 지난해 5배나 올랐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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