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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에 꿀 먹은 벙어리 된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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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국회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위장전입 문제는 한 때 장상ㆍ장대환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켰던 서슬 퍼런 '칼날'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위장전입은 고위공직자에게 '필수항목'이 됐다. 이 기간 동안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국민은 1143여명(2010년 국정감사 자료) 이다.


위장전입은 현행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불법 행위다. 이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ㆍ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는 폭행죄보다도 형벌이 무겁다.

인사청문회에서의 위장전입 의혹을 파헤치는 것이 단골 메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가 고위층 인사들에게 요구해온 최소한의 '도덕성 기준'과도 같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되기 전이었던 1998년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주양자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장전입 의혹으로 물러났고, 참여정부에서는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강동석 건교부 장관,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이 위장전입으로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국정 기조를 '공정한 사회'로 내세웠다. 공정하고 부패가 없는, 특권의식 없이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공정사회에 관련해서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구체적인 실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정부의 '공정 사회'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청와대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정'과 '정의'가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것은 결국 정치권이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투기 또는 자녀의 교육 문제 등으로 위장전입을 했다가 적발될 경우 여전히 처벌을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고위공직자들은 '사과' 한 마디로 넘어가고, 정치권은 이를 묵인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도 마찬가지다. 한 내정자는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시인했다. 법위반을 하게 된 이유로는 "딸이 친한 친구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해서 주소를 옮겼다"고 해명했다.


한 내정자 차녀의 위장전입 시점은 2002년 9월로 이미 장상ㆍ장대환 총리 후보자가 위장전입 의혹 등으로 낙마했던 상황이다. 지난해 8월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홍준표 대표는 "2002년 장상ㆍ장대환 후보가 위장전입으로 낙마한 이후에도 위장전입을 했다면 고위공직자가 될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낙마 기준을 제시했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 내정자가, 민주당은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위장전입 자체는 실정법 위반으로 잘했다, 잘못했다고 기준을 갖고 얘기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그것만으로 낙마를 시킬 것인지는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내정자의 위장전입이 그동안 낙마 기준으로 내세웠던 '4대 필수과목(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병역기피)'에 해당되지만, 자당이 추천한 조 후보자도 4차례의 위장전입이 제기되면서 체면을 구긴 상황이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의 선출안을 한나라당과 협의해 8월에 처리할 예정이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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