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일선 지점 등에 장부 조작을 지시한 LG유플러스를 비롯한 이통 3사 모두 방통위의 보조금 조사를 앞두고 대응방안을 일선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G유플러스가 회사 차원에서 장부 조작을 지시, 사실상의 조사 방해를 주문한 것과 달리 SKT는 '삭제, 폐기' 등의 표현 없이 매장별 대응방안을 지침으로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KT는 회사 차원의 지시에 대해서는 부인한 채 일선 마케팅 매니저 단계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했을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이통사들이 방통위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조금 등에 대한 조작이 횡행했다는 의미로 방통위가 이번 조사에서 장부조작 등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최근 방통위 조사를 앞두고 각 영업점에 '판매일보 작성에 관한 답변 매뉴얼'을 내려 보냈다.
매뉴얼은 "'금번 조사 대응 차원에서 매장에서 판매일보는 작성하지 않는다. 다만 전산으로만 관리할뿐이다'라고 대응(comm.)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제출용 단가표, 차감ㆍ환수ㆍ추가지급 정책용어 발견 절대 NO(안된다는 의미로 해석됨)" 등 매장별 점검 사항과 함께 창구주변 고객정보기재 포스트잇, 탁상달력, 보상폰 초기화 상태 등을 언급한 개인정보 관리 내용에 대한 대응책도 포함돼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방통위의 시장 조사는 공짜폰, 넷북, TV까지 경품으로 주는 사상 초유의 혼탁한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SK텔레콤이 주도적으로 방통위에 조사 요청을 한 것으로 (메시지 전달은) 방통위를 속이기 위한 조치가 아닌 불필요한 잡음을 방지하고자 마련한 것으로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달 15일 경쟁사의 부당한 이용자 차별행위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요청하는 금지행위 신고서를 방통위에 제출한 바 있다.
KT는 회사 차원의 관련 지침 발송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KT는 시중에 '판가 단속용 단가표'라는 제목의 사내 전자메일 내용이 떠돌고 있어 확인한 결과 본사 차원에서 관련 사실을 지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자메일 내용에는 단말기 보조금 현황이 담긴 판매가ㆍ단가표ㆍ판매일보 폐기, 정책ㆍ일반메일 삭제 등의 지침이 포함돼 있다. 특히 온라인ㆍ홈쇼핑 판매 채널과 관련 '주력 모델 위주 가이드라인 위반 모델 철수'라는 표현과 함께 "전반적으로 대대적인 긴급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보조금 수준 등을 포함하는 단말 정책표에 대한 언급도 있다. "본사에서 나오는 기본정책만 보유하고 (이 정책도) 조사관 요구시 제공해야 하며 (단말 보조금) 정책 수위는 항상 KT가 타사 대비 열세이기 때문에 현장 불만이 가중돼 있음을 강조할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현장 영업 부서 등에 문의한 결과 관련 지침을 전자메일로 보낸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다만 현장에서 마케팅 매니저들이 방통위 조사 단계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자 커뮤니케이션했을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1일 방통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된지 일주일만에 각 판매점을 상대로 '단말기 보조금 지급에 관한 자료를 삭제하라'는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단말기 보조금을 과다하게 지급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방통위는 현장 조사 방해 행위가 과징금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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