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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위원장, 환대 속에서 드러난 비장함


[인천=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8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 입국 게이트를 통과한 조양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시민 1천여 명이 운집한 뜨거운 열기에 다소 낯설어했다.


표정은 두 남자아이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으면서부터 되살아났다. 손자들이었다. 볼에 입을 맞추고 가족들을 품에 안고서야 그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틀 전 남아공 더반에서 드러냈던 그 얼굴이었다.

조양호 유치위원장은 지난 6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의 2018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끌어낸 일등공신이다.


평창은 IOC위원들의 투표에서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를 제치고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승리는 압도적이었다. 1차 투표에서 전체 95표 가운데 무려 63표를 획득했다. 경쟁 도시인 뮌헨(25표)과 안시(7표)는 평창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세 차례 도전 끝에 거둔 성공에서 조 유치위원장의 공은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수장답게 IOC 위원들을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는 한편 다양한 대외행사 주도를 통해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움직임은 감성적이면서 치밀했다. 지난해 2월 밴쿠버올림픽 ‘코리아하우스’ 개관식에서의 일화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조 유치위원장은 행사장에 직접 참석, IOC 및 국제스포츠단체 관계자들에게 손수 음료를 대접하며 편지를 전달했다. 세심한 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2월 IOC 실사평가 때도 버스에서 마이크를 잡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외부 인사들로부터의 평이 상당히 좋다”고 평했다.



조 유치위원장은 잇따른 실패로 낙담한 평창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다. 유치위원회는 지난 1월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지사직 상실로 유치활동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조 위원장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바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평창의 유치활동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조직원과 지지자들을 다독거렸다. 이에 한 관계자는 “유치위원회 직원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어렵게 승리를 따낸 뒤에도 이는 변하지 않았다. 8일 오후 대한항공 전세기편으로 입국장을 밟은 그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는 모두의 승리, 위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김황식 총리가 마련한 환영행사에서는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평창’을 외치는 순간 그동안 마음 고생했던 것이 생각나 복받쳐 올랐다”며 “국민들의 염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 유치위원장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7년이나 남았다. 유치과정에서 청신호는 이미 켰다. 두 번의 실패를 치밀한 준비로 극복했다.


조 유치위원장은 63표라는 놀라운 득표수에 대해 “지난 2년간 IOC 윤리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동향을 파악했다”며 “더반 출국 전부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988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러낸 저력으로 2018 동계올림픽도 잘 치러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굳은 포부를 밝히는 얼굴에서 웃음은 다시 사라졌다. 대신 더반 출국 전 보였던 비장함이 조금씩 드리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사진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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