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 시스템 도입 등 안전 마케팅 주력
일본 원료 들어간 유럽제품도 검증 강화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오주연 기자]"후쿠시마 원전에서 320㎞ 떨어진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으로 수차례 방사능 테스트를 거쳐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1층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 매장. “일본산이냐”는 고객의 문의가 떨어지자 매장 직원은 기다렸다는 듯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설명을 쏟아냈다.
3·11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산 화장품의 안전성에 대한 고객의 문의가 늘어나면서 화장품 업체들이 '안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시세이도, 슈에무라, SKⅡ 등 일본 화장품 브랜드뿐 아니라 국내 및 해외 화장품 업체들도 방사능 안전 시스템을 도입하고 안전성 확보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대지진 이후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고르는 풍속도가 변했다”면서 “방사능 유출 전인지 후인지 생산일·수출일을 확인한다. 제조일자를 확인하기 위해서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구매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깐깐한 소비행태'를 보이면서 화장품 업체들도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일본 생산공장이 방사능 유출 지역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적극 홍보하고, 현지 협력업체에 방사능 측정기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 생산을 일주일가량 정지했던 일본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 관계자는 “일본산 제품이라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다”면서 “일단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제품에 문제가 없고 일본과 한국에서 방사능 측정 시스템을 도입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일본산 브랜드인 가네보 관계자는 “일본과 한국에서 총 4회 정도의 방사능 측정 과정을 거친다”면서 “덕분에 생산부터 판매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예전보다 길어졌지만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산 제품은 아니지만 유럽산이나 국내 제품에도 일본산 화장품 원료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이 꺼리기는 마찬가지다. 비오템·랑콤·디오르 등 유럽산 화장품 브랜드나 국내 주요 화장품 업체들 역시 안전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정밀화학 분야에서 독점적인 원료들을 수없이 가지고 있다”면서 “특히 향료나 기능성 등의 물질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인데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원료 판매상 등은 자체 검증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측도 “통상적으로 2~4개월 분량의 원료를 비축하고 있다”면서 “일본 방사능 사태 발생 이전에 보유된 원료를 제품 생산 및 공급에 활용하고 있으며 원료를 제공하는 일본 내 원료 공급업체들도 대부분 방사능 오염 우려가 높은 지역으로부터 멀리(300~600㎞) 떨어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우려는 덜하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일본 중심의 화장품 원료시장이 미국, 동남아 등으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 일본이 아닌 대체선을 찾고 있으며 일본산 원료에 대해서는 시험성적 증명서를 일본 원료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이 화장품 시장에서 누려왔던 독점적인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화장품 산업의 중심지가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박소연 기자 muse@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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