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끈 인물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프레젠테이션 준비로 목이 쉬어가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며 유치위원회를 진두지휘했다.
이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에서는 물론 국내외에서 IOC 위원들을 수시로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평창 지지를 호소해왔다. 특히 지난 3~5일 남아공 더반에서 하루에 10명 이상의 IOC 위원들을 접촉하며 지지를 당부했다.
◆MB, IOC위원 찾아다니며 설득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더반에 도착하자마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으로부터 유치관련 보고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치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3일 아침 내부 전략회의에서 계획을 점검한 후 두 차례나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리허설을 갖고 수시로 원어민 전문가들과 함께 영어 프레젠테이션 연습에 몰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하루 24시간을 쪼개 최대한 효율적인 면담과 오찬 접촉을 갖는데 힘을 쏟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IOC 위원들을 초청하거나 직접 찾아가서 만나며 평창 동계올림픽의 의미를 설명하고 지지를 당부해왔다"며 "접견시 대통령 자서전을 들고 와 직접 대통령의 친필 서명을 받아간 위원도 있을 만큼 호의적인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주요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평창 유치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에도 주력했다. 아시아지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것의 의미와 경제적 효과, 올림픽 정신 확산 등을 설명하는 한편 대한민국 국민들의 대회 유치에 대한 열망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의 유치활동은 한국에서도 활발했다. 지난달 7일 IOC 위원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서한을 전달한 것. 올림픽 관련 공동관심사는 물론 개인적인 관심사항과 친분관계를 반영해 서한을 작성했으며, 우편이 아니라 각국 대사와 특사를 통해 직접 서신을 전했다. 서한은 한글 원본에 각 위원의 모국어 번역본이 첨부됐다. 친서를 받은 일부 IOC 위원들은 대단히 감명을 받았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더반에서 직접 이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희망한 위원들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IOC 위원들이 머무르는 곳의 시차를 감안해 밤 11시에 관저에서 직접 전화 연결을 하고, 회의 도중이라도 전화가 연결되면 잠시 자리를 옮겨 통화를 하기도 했다. 어떤 위원은 10여 차례 시도후에 연결된 경우도 있었고, 어떤 위원은 전화를 받지 않아 자동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긴후 전화가 연결되기도 했다.
◆쉰 목으로 발음교정까지 맹연습
이 대통령의 목은 지난 5일부터 쉬기 시작했다.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IOC 위원들을 만나면서 강철체력으로 불리는 이 대통령의 목소리에도 변화가 생긴 것. 청와대 관계자는 "진정성 있게 전달하되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었다"며 "대통령이 실수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발음 하나하나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목을 걱정하는 참모에게는 "목은 걱정할 것 없다. 목소리가 갈라져도 진정성을 갖고 설명하면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하이라이트였던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한국에 부여된 50분 가운데 이 대통령에게 할애된 시간은 단 3분. 이 대통령은 프레젠테이션에서 평창을 겨울스포츠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전략과 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내부 참모회의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시작한 이상 혼신의 힘을 다 하자"고 당부했다. 실제 이 대통령이 더반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었다는 게 참모들과 유치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같은 의지는 한국을 떠나면서부터 드러났다. 대통령 전용기의 상징인 봉황기장 대신 평창 엠블렘 및 깃발을 부착했다. 수행하는 스텝들의 차에는 'PyeongChang2018'과 'New Horizons'이란 슬로건을 부착해 분위기를 띄웠다. 옷도 양복 대신 유치단 단복을 착용했다.
"끝까지 실수가 없어야 된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하늘을 움직이자"던 이 대통령의 다짐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확정 소식과 함께 실현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염원을 키워온 국민들에게는 더 없는 선물이 됐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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