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이종철 STX 부회장은 6일 오후 STX 남산타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 현대중공업이 발을 빼면서 채권단이 조건을 변경하고 당근을 제시했다는 설이 있다.
▲= 오늘 채권단과 접촉한 바는 전혀 없으며 조건도 제가 알기로는 바뀐 게 전혀 없다. 이런 거래에 오버나이트에 대기업이 들어갔다고 할 순 없다. 우리 역량이 어떻고 시장의 반응이 어떤지를 오래전부터 검토했다. 현대중공업이 빠진다고 해서 하룻밤 사이에 들어오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 어느 기업이건 간에 이렇게 시장에 큰 반향을 던지고, 투자자를 당혹스럽게 할 수도 있는 결정을 하루 아침에 하는 기업은 없다.
- 올해는 시장을 놀래키지 않겠다고 했는데 약속이 빗나갔다.
▲= 가급적 시장을 놀래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2~3가지 여건이 충족돼서 했다. 저희 부담을 줄이고 현재 하이닉스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부분도 있었다. 여기에 올초부터 형성된 여건이 좋아 이번이 기회다라고 생각해 들어왔다.
- 오늘 회의를 오랫동안 했다고 들었다.
▲= 저는 오후 5시 즈음 회사에 들어와서 회의는 못했다. 다만 작지 않은 딜이기 때문에 끝까지 신중을 기하자는 차원에서 어떤 변수가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시장과 언론에서 어떻게 반응할까를 놓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지를 고민했다.
- 인수 주체는?
▲= 지주사인 (주)STX다. 다른 계열사는 다 배제하고 지주사만 한다.
- 기존 사업부문과 시너지는 어느 정도 있다고 보는지?
▲= 우리는 M&A를 할 때 우선시 하는 고려사항이 이 기업이 성장성이 있고, 수익을 낼 수 있으냐를 본다. 시너지는 부차적인 사항이다. 여러분 생각처럼 저희 사업과 반도체가 대단한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 시너지가 없는 데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 조선이나 해운산업과 마찬가지로 반도체도 경기 사이클이 있다. 오히려 세계 경기 변화에 더 민감하다. 정도의 문제인데, 사업의 90%를 조선·해운 동일 사이클에 의존하는 현재의 사업구조를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30~40%로 줄이고, 50~60%를 다른 쪽으로 가져갔을 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어떤 게 나을지는) 판단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 조선해운과 반도체는 안 어울려 보이는데?
▲= 저도 안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선은 제조업이고 해운은 금융업에 가까운 서비스업인데 둘이 더 안 어울린 것도 맞다. 안어울리지만 사이클에 민감하고 이를 대처하는 방법도 같으니 업의 본질을 이해하면 큰 어려움은 없다고 본다.
- 중동 펀드는 어떤 펀드인가?
▲= 저희와 이미 3~4년전부터 사업도 같이 하고 있으며, 조인트벤처 회사다. 시장의 추측을 막기 위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는 데로 최단 기간내에 조건과 내용을 다 공개하고 들어갈 것이다.
오늘 기준으로 보면 대략적으로 인수에 2조4000억원 가량이 드는데, STX가 경영권을 갖는 범위 내에서 중동 펀드와 약 50%씩 투자하되 플러스 알파를 더해 경영권은 우리가 가져온다. 무차입 인수를 원칙으로, 현금성 자산 및 처분 가능한 우량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 중동 펀드쪽에서 먼저 제안했나?
▲= 먼저 제안했다. 공개를 하면 알겠지만 이 펀드는 재계 1~2위 업체만 투자한다. 중동지역 상위 기업들은 다 알고 있을 정도다. 하이닉스를 찝어서 요청한게 아니라 여러 가지 조율하는 상태에서 요청이 온 것이다. 본인들이 장기적인 투자만 할 뿐 경영권을 인수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반도체는 방위산업은 아니지만 국가전략산업이다. 경영권은 STX가 갖기 때문에 기술유출의 우려는 없다. 중동 펀드 이외에 다른 기업을 재무적 투자자로 받아들일 계획도 없다.
- 3~4주간의 실사 기간 동안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지?
▲= 충분하다. 실사는 회사의 현재가치를 보는 것이고, LOI를 제출한다는 것은 미래가치에 대한 판단도 끝났다고 보면 된다. 현재로서는 어떤 예상도 무의미 하다. 현재로서는 하이닉스가 향후에도 현재의 경쟁력은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 LOI를 제출하고 실사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 우량자산을 매각할 가능성도 있나?
▲= 우량자산을 처분할 수 있고, 구체적인 복안은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언급하기 곤란하다.
- 주채권은행과도 협의가 됐나?
▲= 협의됐다. 저희가 레버리지를 일으켜 차입을 1조원을 하겠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는 옳지 않다. 하이닉스는 신규 차입 없이 간다는 게 원칙이다. 포트폴리오만 바뀌는 데 은행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 그룹내에 테스크포스(TF)가 꾸려졌거나 계획이 있는지?
▲= 상시 조직인 전략기획팀이 있으며 기업(인수 대상 기업)은 STX미래연구원에서 꾸준히 피드백을 하고 있다. (M&A) 조직은 상시조직이 있다고 보면 된다. 전략기획팀은 (인수대상기업) 여러 가지를 검토하는데 기회가 있으면 항상 본다. 항상 본 것중 하나가 하이닉스다. STX미래연구원은 (사업의)구체적인 것보다는 산업에 대한 것 등을 백업해 주고 있다.
- 긍정적인 보고서와 부정적인 보고서 둘다 받고 검토를 했다고 하는데?
▲= 긍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하이닉스는 오너가 없는 상태에서도 그동안 과거 제품 경쟁력 측면에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6개월까지 줄이고 가격 경쟁력도 상당 부분 개선시켜왔다. 확실한 오너십 하에 투자 등이 이뤄지면 현재의 위치를 더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부정적인 측면은 LOI를 제출하는 입장에서 아직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부분에 집중하면 나아갈 수 없다.
-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의지는?
▲= 합리적인 수준의 의지를 갖고 있다. 가격 불문하고 무조건 가겠다는 건 아니고, 몇 가지 조건이 맞으면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다.
- 경쟁자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인수 가능성을 얼마로 보는가?
▲= 지금은 예단할 수 없다. 경쟁은 의식하지 않는다. 우리 원칙과 조건을 충족시키면 가는 거고, 못 따라가면 할 수 없다. 합리적 수준의 가격조건, 무차입 자금조달, 공동투자 파트너 인정 등의 원칙을 충족시키면 가능하다고 본다.
- SK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는지?
▲= 예상도 하고 기대도 하고 있다. 저희들이 알기로는 SK도 공부를 상당히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하이닉스에 대해 어느 기업이 맡으려해도 부정적으로 본다. 하이닉스에 대해선 막연한 편견이 있다. (편견은) 최근 4~5년 사이에 고착화된 고정관념이 됐다. 그런 고정관념을 깰 수 있어야 하는데, 저희 뿐만 아니라 어느 기업이 해도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본다.
- 대우건설 인수전도 시장 때문에 포기했는데, 시장에서 또 반대하면?
▲= 대우건설 때보다는 구체적인 플랜을 갖고 있다. 냉정하게 가겠다. 시장이 화를 내겠지만 적극적으로 설득해 보겠다. 설득의 논리는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측면으로 할 것이다. 레버리지를 늘리는 게 아니다.
- 인수후 대규모 시설투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 두 가지 시각이 있다.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만은 못하지만 안정이 돼서 현재 자체적으로 가능한 에비타 수준에서 투자수요를 맞출수 있다는 것이 하나다. 또 다른 시각은 그보다 많은 금액이 투자돼야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게 맞을 지는 실사 과정에서 우리가 나름 판단해야 할 것이다. 실제 금액이 나와서 감당할 수 없다고 보면 안들어가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사업분야가 6~7개 되는데 여러 분야에서 1등을 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투자하는 것이며, 하이닉스는 사업모델이 단순하다. 어느 기업이 반도체에 얼마만큼 투자할 지는 다시 한번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 인수를 했을 경우 삼성전자와의 경쟁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 삼성전자는 투자여력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고 업계를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20조원 늘려서 하면 하이닉스가 따라가기 힘든 구조다. 삼성전자가 죽이려면 1년안에 치킨게임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 하이닉스가 오너가 없고 유일한 국내 경쟁사이기 때문에 그냥 놔둔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 점유율이 크면 고통도 커지는게 사실이다. 100만t을 운반하는 해운사가 1만t 짜리 경쟁 해운사를 죽이자고 운임을 깎으면 더 큰 손실을 본다. 건강한 2등이 있는게 삼성입장에서도 좋다. 독과점에 따르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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