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구청장, 29일 오후 중구 의회 본회의서 '특정지역 과장과 국장 전보 종용 파문으로 의원들 질타, 얼굴 노래지는 등 위상 약화 주목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서울 중구(구청장 최창식)가 서울 중심부 이름 값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망신을 당하고 있다.
중구는 최근 특정지역 출신 과장과 국장 12명을 서울시와 다른 구청으로 옮길 것을 종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되고 일고 있다.
특히 역사의 치욕이라 할 수 있는 ‘5공 시대’나 가능한 전보 종용을 한 것이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이 크게 일고 있다.
◆조영훈 김영선 박기재 의원, 특정지역 전보 종용 최창식 중구청장 질타
이런 가운데 29일 오후 2시 개회한 서울 중구의회에서는 ‘특정지역 전보 종용 파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삼선의 조영훈 의원과 초선의 김영선 박기재 의원은 잇달아 아시아경제가 지난 22일 단독 보도한 ‘중구, 특정지역 공무원 전보 종용 파문 확산’ 문건을 들면서 최창식 중구청장을 질타했다.
호남 출신의 조 의원은 “내가 잘 못 태어난 곳이 잘못된 것같다”며 지역감정 폐해에 대한 운을 뗀 후 “특정지역 출신은 하늘로 올라가야 하느냐 땅으로 꺼져야 하느냐”며 '호남 출신이 무슨 죄인이냐'는 식으로 어이 없어했다.
조 의원은 중구에서 태어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양무호남, 시무국가’(호남이 없으면 이 나라가 없다‘란 명언을 들면서 “중구에는 그 동안 호남 출신이 구청장을 15년 이상 맡았고, 지역 주민도 호남 출신이 가장 많고, 공무원도 가장 많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서울시 부시장 출신이라면 부시장 출신답게 구청 직원들 모두 사랑하라”고 따끔하게 충고할 때 최창식 구청장 얼굴빛이 노랗게 변했다.
김영선 의원은 “우리는 1968년 이승복 어린이가 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사건과 새마을 노래,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며 50,60년대를 함께 살아온 사람”이라며 어렵게 살아온 과거를 회상했다.
그 후 자신은 고향에서 초등학교을 마치고 평화시장에서 미싱틀을 밟으며 지내온 얘기를 할 때 장내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출신 지역이 영남이면 어떻고, 호남이면 어떻냐, 또 충청이면 어떻냐”면서 인사는 투명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최창식 구청장이 최근 추진한 인사교류는 참으로 유감스럽다”면서 “교류대상자 13명 중 12명이 호남 출신이어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최 구청장은 취임 당시 흐트러진 민심을 하나로 묶어 반대파도 수용하겠다고 말하지 않았으냐"며 “5공이나 유신 때도 아닌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말이나 되느냐”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30년 공직 생활을 해 서울시 부시장까지 역임한 최 구청장이 한 것이 고작 이런 것”이냐며 “차라리 부구청장, 자치행정과장, 총무과장부터 인사 교류를 실시하라”고 몰아쳤다.
최 구청장보다는 부구청장 등에 의해 이런 일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이들을 겨냥했다.
박기재 의원도 “누구를 위한 강제 교류인지 묻고 싶다”면서 내년 총선에 대비해 특정 후보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최창식 중구청장, 왜 이렇게 변했나?
충북 영동 출신의 최창식 중구청장은 원래 지역감정이 벌로 없는 사람이다.
기술고시 출신으로 서울시 공무원할 때나 당선된 이후도 지역 탕평 의지를 강력히 밝혀왔다.
최 구청장은 4.27 보선 다음날인 28일 기자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도 일성이 바로 선거 과정에서 흐트러진 민심을 통합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취임식 때도 이같은 말을 강력히 했다.
이 때문에 이날 중구 의원들이 최 구청장의 취임식 당시 발언 등을 들어 이제와 갑자기 변한 이유가 뭐냐는 식으로 몰아쳤다.
중구청 관계자들은 최 구청장을 이처럼 몰아 넣은 당사자는 바로 김영수 부구청장이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높은 실정이다.
경북 영주 출신의 김 부구청장은 동작구 부구청장에서 중구청장 권한대행(부구청장)으로 옮겨온 직후 “왜 중구는 호남 출신 공무원이 많냐”는 지역감정을 가진 듯한 발언을 자주하면서 특정지역 공무원들에 대한 상대적 피해의식을 주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구청 관계자들은 처음 지역 감정이 강하지 않던 최창식 구청장에 대해 결국 이날 중구 의회에서 망신을 당할 정도로 문제를 키운 것은 김영수 부구청장의 조언 때문이 아니냐며 지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구청 관계자는 “말도 되지 않은 문제로 최창식 구청장이 취임 하자 마자 정치적 위상 훼손으로 인한 망신을 당하게 한 당사자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정지역 출신 공무원들에 대한 터무니 없는 인사 종용 파문이 점차 큰 쟁점으로 커질 경우 누군간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점차 비등해지고 있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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