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전 부처에 물가안정 동원령이 발령돼 물가대책이 잇다르고 있지만 기름값 안정만큼은 부처간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내달 6일 환원될 예정인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조치에 따른 기름값 연착륙 방안을 놓고서다. 지식경제부가 사실상 원맨쇼를 하는 가운데 유류세 및 석유제품 관세 인하 등 실질적인 키(key)를 쥔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관망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29일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 조치와 석유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경쟁촉진방안등을 마련했지만 이런 조치만으로는 기름값이 안정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유가 상승으로 석유제품의 세금수입이 늘어난 만큼 일정부문은 서민들에 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중경 장관을 비롯해 지경부 당국자들은 그간 유류세 인하에 대해서는 유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 수준이 어느 선인이지에 대해서는 부처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원유수입과 유가가 오르면서 지난 1분기 관세와 부가세 등 석유 관련 세금이 지난해에 비해 9335억원 더 걷혔다.
지경부 안팎에서는 지경부가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고 유류세 인하 등을 제외하고 더이상 내놓을만한 대책도 없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장관이 나서 정유사에 '성의표시가 필요하다. 독과점 정유시장에서 시장논리는 넌센스'고 말했다가 기업 팔 비틀기라는 비난까지 들었다. 그러면서도 가장 확실한 기름값 인하조치를 이끌어 냈는데 (부처간 협의가 안 되면)더 뭘 할 수 있겟나"고 했다. 실제로 지경부 주도한 석유가격 TF에서는 유류세 등의 세제 관련 부문은 안건에서 빠졌다. 석유 TF가 4월에 석유거래 시장 개설과 혼합판매 검토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었다. 지경부는 지난 28일에는 기름판매를 거부하거나 사재기하는 행위를 집중단속하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재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실질적인 효과가 적고 세수만 줄어든다는 이유다. 정부는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유류세 평균 10% 내렸다가 2009년 1월 1일부터 다시 환원했다. 이 조치 이후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세율 인하폭 대비 최대 58.5%와 55.2%의 소비자가격 인하율을 나타냈으나, 약 1주일 후엔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경유는 세율 인하 10일 후, 휘발유는 40일 후에 이전보다 가격이 더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유류세 인하로 2008년 정부 세수는 1조4000억원이 감소했다.
당시 재정부는 "세율 인하 후에도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른 데다 업체들이 유통과정에서 세율 인하의 상당 부분을 이익으로 챙겼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29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언론 일각에서는 정부의 여러 가지 후속조치에 대해 부처간 혼선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각 부처는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협의는 하되 외부에는 한 목소리로 정책방향을 제시해 국민들에게 혼선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으며 모든 부처가 합심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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