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4800억원 매물 쏟아져 코스피 다시 2070선으로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유럽발(發) 악재가 코스피 지수를 또다시 끌어 내렸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이탈리아 은행 16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 붙었다. 그리스 재정위기라는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라서 불안감은 더 짙었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 역시 사흘 연속 약세를 보였고 코스피와 함께 일본, 대만 증시 역시 주춤했다.
27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20.52포인트(0.98%) 내린 2070.29로 장을 마쳤다. 거래량은 2억4382만주, 거래대금은 4조88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코스피 지수를 끌어 내린 주체는 프로그램이었다. 비차익 683억원, 차익 4158억원을 포함해 총 4840억원 규모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현물 시장 수급을 악화시킨 것. 9000억원 이상의 순매수세가 몰리며 지수를 1.70% 끌어올렸던 지난 24일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선물 시장에서 9000계약 가까이를 순매도하면서 베이시스 악화를 불러왔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주의 베이시스 개선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베이시스 개선의 원인은 크게 외국인 선물 순매수와 외국인 개별종목 순매도로 볼 수 있는데 두 요인 모두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처럼 프로그램 수급에 의해 코스피 시장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리스 중기 재정계획(긴축안+ 국유자산 민영화)의 통과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졌기 때문에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그 렇다면 프로그램 영향력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발 대외악재가 해결점을 찾아가는 동안 현물 시장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질 수 있고 때문에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높아지기 쉽다는 얘기다. 실제 27일 코스피 거래대금은 6월 평균(6조6425억원)에 비해 큰폭으로 감소,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졌음을 보여줬다.
한치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유럽 이슈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따라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겠다"며 "이슈가 불거지는 국면에서는 높은 변동성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개별 종목에 대한 매도 역시 이어가면서 총 1058억원 규모(이하 잠정치)를 순매도했다. 기타(국가 및 지자체)주체는 5122억원 매도 우위. 증권(610억원), 투신(710억원), 연기금(602억원)을 중심으로 한 기관은 2208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외국인이 빠진 국내 증시의 뒤를 받쳤다. 개인 투자자는 3973억원 어치를 순매수 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업종의 낙폭이 가장 컸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2%, 하이닉스는 4.12% 빠지면서 전기전자 업종 지수는 1.74% 하락 마감했다. 운수창고, 통신, 은행, 증권, 철강금속, 기계, 증권업종도 1% 이상 하락했다. 반면 섬유의복, 의약품, 전기가스업종은 각각 0.20%, 0.63%, 0.59% 오르며 하락장에서도 선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경우 등락이 엇갈렸다.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LG화학이 1~2% 내림세를 보인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는 선방하며 각각 0.86%, 0.28% 상승 마감했다. 신한지주, 삼성생명, 포스코는 보합권에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상한가 6종목을 포함해 296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1종목을 포함해 505종목이 내렸다. 95종목은 보합 마감.
코스닥 지수는 코스피 지수와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 지수는 하락출발했지만 이내 상승세로 방향을 잡았다. 이후 오름세를 유지하며 전 거래일 보다 1.77포인트(0.37%) 오른 475.43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보다 6.8원(0.63%) 오른 1085.6원에 마감됐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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