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부동산 가격 급락이 활기를 띄던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중국 경제가 과도한 차입을 통해 성장한게 아니냐는 논쟁까지 촉발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두 달 전만 해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중국 경제 전문가 니콜라스 라디는 중국 경제의 부동산 버블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최근 라디도 부동산 버블 리스크를 외치는 다른 경제학자들 처럼 주택 가격 하락이 중국 경제의 중대한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무엇이 라디의 생각을 바뀌게 했을까. WSJ은 2009년~2010년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펼쳤던 경기부양책과 과도한 은행 대출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고,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이 지탱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상승하고 있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 경제 시스템이 쉽게 버블을 만들고, 이러한 상황이 쉽게 바로잡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은행 예금금리를 인플레이션 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돈 많은 중국 부자들은 잉여자금을 부동산시장에 쏟아 부었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수급불균형이 야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부동산 투자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2006~2010년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 규모는 중국 국내총생산(GDP) 9%의 절반 수준으로 급등할 정도로 시장이 과열됐다. 당시 중국의 주요 대도시 부동산 가격은 두 배로 뛰었다.
UBS의 왕 타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잠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있지만 중국에 부자들의 잉여자금을 묶어 둘 대체 투자 상품이 부족하고 지방 정부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토지매매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3~5년 안에 중국 부동산 가격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물론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한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 높은 부동산 거래 세금 부과 등은 순식간에 부동산 버블을 터뜨릴 수 있어 중국 경제 변동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차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나도 높아진 것이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부가 집계한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돈이 차입을 통해 부동산시장에 흘러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학 부동산 연구소의 덩 용헝 연구원은 "많은 돈이 고속철 프로젝트 같은 인프라 구축 외에 부동산 시장으로 투입됐다"며 "2009년도에 8개 주요 도시 주거용 부동산 토지의 경매 가격은 대략 두 배로 뛰었는데, 그 이유가 국유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차입해 부동산시장에 쏟아 부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하지 않고 있는 국유기업이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감시, 감독을 하고 있지만 적발하더라도 이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바로 발을 빼는 경우는 적다. 부동산 투자에서 발을 빼기 까지 시간이 걸리는데다 규제를 할 수 있는 조치가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