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기업 0.1%P 내리고 중소기업·가계는 0.2%P 올려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국내 은행들이 가계ㆍ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는 올리고 있는 반면 대기업에는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상생ㆍ동반성장ㆍ공정사회' 등의 정책에 은행권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ㆍ지방ㆍ국책은행 등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기업대출 평균금리는 올 1월 5.43%에서 5월 5.35%로 내려갔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 평균금리는 5.81%에서 6.03%로,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5.30%에서 5.49%로 모두 올랐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대출금리 차이도 0.68%포인트로 2008년 6월 0.68%포인트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가계ㆍ중소기업의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가계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비중은 올 1월 48.7%에서 5월 56.4%로 7.7%포인트 올라 과반을 넘어섰다. 이 중 대출금리가 6% 이상인 비중은 17.2%에 달했다. 4월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총 437조6679억원 중 235조4653억원이 5% 이상 금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대출 역시 5% 이상 금리 비중이 1월 71.5%에서 5월 79.7%로 8.2%포인트나 늘었다. 대출금리 6% 이상 비중만 무려 44.3%에 달했다. 4월말 기준 은행 중소기업대출 450조8827억원 중 356조1973억원이 5% 이상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가계와 중소기업대출의 고금리 비중이 커진 것은 올 들어 한은이 기준금리를 세차례에 걸쳐 총 0.75%포인트 올리면서 시중금리도 올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대출금리는 오히려 고금리 비중이 낮아져 대조를 이뤘다. 대기업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비중은 올 1월 60.0%에서 5월 55.1%로 4.9%포인트 내려갔다. 대출금리 6% 이상 비중은 19.8%로 중소기업의 절반 이하였다. 대기업의 신용등급이 중소기업보다 대체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대출금리가 중소기업보다 낮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중금리가 오르는데도 유독 대기업의 대출금리만 내리는 상황은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대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여유자금이 남아돌아 굳이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어 은행들이 이들을 모시기 위해 금리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1ㆍ4분기 말 현재 현금흐름이자보상비율을 살펴봐도 대기업이 478.30%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10.55%였다. 현금흐름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현금으로 내야 하는 이자비용의 몇 배에 해당하는 현금을 영업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대기업의 경우 이자의 4배에 달하는 현금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반면 중소기업은 이자를 갚기는커녕 영업활동으로 들어온 현금보다 나간 현금이 더 많았던 것이다. 향후 1년 안에 지출해야 할 원리금의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현금흐름보상비율 역시 대기업이 43.59%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0.71%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현금자산을 축적하면서 은행에서 굳이 돈을 빌릴 필요가 없어졌다"며 "대기업과 은행 간의 갑을관계가 바뀐 지 오래돼 지금은 은행이 대기업에 대출을 받아가라고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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