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경훈 기자]"담배 한 개비로 울먹 거리는 후임병 달래주고, 담배 한 개비로 실연에 아파하는 친구 위로하고, 담배 한 개비로 어색한 직장동기 말트이고, 담배 한 개비로 그리운 첫사랑 날려보내고, 담배 한 개비로 덜 풀린 아침을 시작하고, 담배 한 개비로 사춘기 자식 걱정하고, 담배 한 개비로 불쌍한 마누라 잔소리도 웃어넘기고, 담배 한 개비로 고생만 하다가신 부모님께 사죄하고, 담배 한 개비로 무너진 내가슴 추스리며, 담배 한 개비로 퇴근길 길동무 삼아, 담배 한 개비로 부끄런 눈물을 닦는다"
군대시절 한바탕 얼차려의 폭풍이 지나간 후 전우들과 한 모금씩 나눠 피우던 눈물 젖은 한 개비 담배의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가슴 한 구석이 뭉클해 지는 글입니다.
하지만 담배 한 개비의 여유와 운치를 논한다는 건 말 그대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가 돼 버린지 오래입니다.
지난 2003년 4월 정부의 강력한 금연정책에 따라 금연시설이 8만여 곳에서 현재 33만 곳으로 대폭 확대되면서 흡연자들이 설자리는 무척 좁아졌습니다. 여기에 간접흡연의 폐해가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담배 피우는 사람은 '죄인' 취급을 당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PC방과 당구장, 그리고 일정 면적 이상의 음식점을 전체금연구역으로 지정해 담배를 못 피우게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흡연자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게 바로 두달전입니다.
다행히(?) 전국 PC방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이 영업의 자유와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흡연자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한 가닥 희망이라도 걸어 볼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올해 3월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광화문광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를 공포하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흡연 단속에 나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다른 경범죄 범칙금의 2배인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면서 흡연자들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서울시는 한발 더 나가 도심광장에 이어 근린공원과 버스정류장, 학교절대정화구역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인데다 경기도 역시 금연관련 조례를 바꿔 도심거리와 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과태료 7만원을 부과할 방침이어서 흡연자들의 볼멘소리와 함께 과태료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기 때문에 못살겠다"는 주장과 "없으면 못산다"는 목소리가 접점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기호식품' 담배 논란. 양쪽 모두 '죽겠다'고 주장하는 담배 문제에 있어서만은 '상생(相生)'이란 단어가 발붙일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김경훈 기자 sty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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