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어릴 적 즐겨 부르던 동요가 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당시에는 그 동요의 구절구절에 우리 민족이 반드시 이뤄내야 할 큰 과제가 실려 있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흥얼흥얼 불렀을 뿐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1947년 3ㆍ1절 특집 방송에서 봉선화 동요회를 통해 처음 불리기 시작했다는 이 동요의 제목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동요를 넘어 민족의 노래로 승화됐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불러본 지도 20여년이 넘은 것 같다.
최근 이 노래가 다시 생각났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시멘트 업계 관계자의 깊은 한숨이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 국내 굴지의 시멘트 기업에 다니는 이 지인은 얼마 전 함께 한 점심자리에서 연거푸 '통일'을 강조했다.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시멘트 산업이 회생할 수 있는 길은 통일 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그는 "시멘트 산업이 호황을 누릴 때와 비교하면 하루하루 의욕도 줄어들고 가시밭길을 걷는 기분"이라며 "통일이 되면 이 고난이 사라질 것이란 희망으로 힘들지만 이를 악물고 견뎌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멘트 산업은 이렇게까지 위태롭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며 지속성장했다. 시멘트 기업들은 민족상잔인 6ㆍ25 전쟁으로 거의 모든 생산시설이 파괴되면서 이를 시급히 복구할 때에도,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추진과정에서도 국가 기간산업의 주춧돌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했다.
특히 1980년대 말부터는 주택 200만호 건설 등 정부의 정책 활성화를 통해 호황을 이어갔다. 1997년 당시 시멘트 출하량은 6290만톤으로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급속한 경기 침체로 이듬해 출하량이 4740만t까지 떨어졌고 현재 5200만t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시멘트 원재료인 유연탄의 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익성도 떨어졌다. 올해 3월 시멘트 가격을 t당 6만7500원으로 올린다고 했을 때는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시멘트 업계에서 보면 2009년 가격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었지만 이기적인 행태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시멘트 업계는 자원재활용과 해외 판로 개척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고 나름대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일본에서도 시멘트 산업이 호황을 누리다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합병 등을 통해 생산시설은 물론 업체간 과다경쟁을 줄여나가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정성을 다한다면 업계의 바람도 이뤄질 것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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