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를 방송의 소모품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는 밴드를 하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그 분들을 모신다는 진정성 있는 마음을 유지하려고 한다.” 24일 여의도 KBS 본관 앞 한 카페에서 열린 KBS <톱 밴드>의 기자간담회에서 <톱 밴드>의 김광필 EP는 <톱 밴드>의 제작 방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밴드와 진정성을 가장 앞에 두는 김광필 EP의 발언은 <톱밴드> 특유의 우직함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청률을 위해 흥미로운 장면을 넣어도 모자란 시간에, <톱밴드>는 때론 1차 예선무대에 참가한 800팀의 이름을 화면 가득 채운채 천천히 흘러보낼 만큼 우직한 태도를 보인다. 심지어 제작진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경기도 장흥유원지에서 열린 2차 예선에 참가한 208팀의 무대를 어떤 방식으로든 모두 공개할 생각이다.
그러나 기회를 원하는 모든 밴드를 무대에 세우겠다는 우직함은 <톱 밴드>의 약점이 되기도 한다. 직장인 밴드, 인디 밴드등 모든 유형의 밴드를 받아들이다보니 이미 음악관련 시상식에서 수상한 적이 있는 그룹 게이트 플라워즈, 브로큰 발렌타인 등에 대한 출연 자격 논란이 문제가 됐고, 시청자 역시 이 경연을 통해 무엇을 기대하고 봐야할지 불분명해졌다. 이에 대해 김광필 EP는 “참가 신청을 받을 초기에는 참가 팀이 굉장히 적었다. 그래서 사실 프로에 준하는 밴드까지 참가 할 거라 생각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가늠하기 힘든 밴드들이 참가 신청을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지만, 참가한 밴드들이 “낮에 일하고, 밤에 음악을 하는 밴드라는 점”에서 싱글을 냈다 한들 프로라고 말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는 것.
물론 이런 제작진의 설명도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있다. 공정함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명확하지 못한 출연기준은 언제든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톱 밴드>의 가능성을 버릴 수 없는 것은 심사위원과 코치진 모두 가장 중요한 심사기준으로 ‘개성’을 꼽는 그 태도에 있다. 경기도 양주에서 치러진 최종 예심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중 한 곡을 편곡하라’는 미션으로 진행됐다. 이 때 1차 예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밴드들 중 의외로 혹평을 받은 밴드들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잘하는 것만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말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개성이란 것은 연출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넣더라도 자신의 개성이 담긴 음악이 나와야 한다.”는 <톱밴드>의 심사위원 송홍섭의 발언은 이 프로그램의 심사 방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심사에 참여한 노브레인 역시 “무대를 보면 자기색깔을 내는 건지 좋아하는 밴드를 따라하는 건지 알 수 있다. 우리는 개성과 실력을 많이 본다”라고 말했다. 기회가 필요한 밴드라면 모두 무대에 올려놓고, 그들 중 가장 실력과 개성을 함께 갖춘 밴드를 뽑겠다는 <톱밴드>의 방향성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것이다. <톱 밴드>는 오는 25일부터 24강으로 가기 위한 208팀의 최종 예선을 3주간 방송한다. 우직하게 자기만의 방향성을 고수하는 이 프로그램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10 아시아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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