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업계 출혈경쟁 따른 구조조정 '적신호'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가라앉을 배에선 쥐들이 먼저 빠져나간다. 쥐의 탈출은 일종의 '신호'다. 지난 1년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소셜커머스에서도 신호가 보이고 있다. 3대 소셜커머스 중 한 곳에서 조용히 인원 감축이 이뤄졌다. 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크프라이스(이하 위메프)는 최근 영업담당 MD 40여명을 내보냈다. 이 회사 전직원이 500여명임을 감안하면 감축 규모가 작지 않다. 이종한 위메프 대표는 "인원이 교체되는 과정일 뿐이며, 채용은 계속 진행한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많은 인원을 뽑다보니 자연스레 생긴 과정이라는 말이다.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고심 끝에 단행된 구조조정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허민 투자자가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자 경영진 차원에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실질적인 구조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씨는 위메프의 초기 투자자로 전 네오플 대표다.
이번 사례는 의미가 크다. 소셜커머스의 질주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린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셜커머스는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왔다. 국내 도입 1년 만에 업체 수는 400여개, 시장 규모는 5000억원으로 늘었다.
파이가 커지며 경쟁은 치열해 졌다. 올 초부터 불붙은 TV광고가 대표적이다. 위메프, 티켓몬스터(이하 티몬), 쿠팡 등 상위 3개 업체가 4월 지출한 TV광고비는 35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옥외광고비 등을 포함하면 전체 광고비 지출은 더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당 최소한 5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까지 지출됐을 것"이라며 "소셜커머스가 아니라 광고커머스로 변질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마케팅 경쟁을 그만 두면 바로 경쟁에서 뒤쳐지는 상황"이라며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쓴 만큼 벌어들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상위 업체는 월 거래액으로 100억~200억원을 내세우지만 실제 수수료 매출액은 거래액의 15~20% 수준이다. 매출보다 큰 금액을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해온 셈이다. 구글 이후 최고의 사업모델이라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영업적자와 수익성 악화라는 벼랑으로 내몰리게 된 배경이다.
소셜커머스의 시초인 그루폰도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액 7억 1300만 달러를 기록한 그루폰은 광고 등 마케팅 비용으로 2억 6300억 달러를 지출했다. 적자 규모는 4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최근 방한한 앤드류 메이슨 그루폰 CEO는 그루폰의 적자를 묻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 대표는 "소셜커머스는 획기적인 사업모델이지만 거품성장이라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높은 성장성에 덮여왔던 이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출혈경쟁은 멈추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지금같은 치킨게임을 계속해봐야 의미없는 지출만 이어질 뿐"이라며 "보완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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