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24일부터 28일까지 닷새간 헝가리·영국·독일을 순방한다. 3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의 달러 자산 의존도를 낮추려고 하는 중국 정부가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유럽 국가들을 위해 외환보유고를 풀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원자바오 총리의 이번 유럽 순방이 외환보유고의 유럽 투자 확대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 총리가 유럽 순방을 통해 각국 정상들과 회담 할 계획이지만 중국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논의가 오갈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 등 유럽국가의 재정 위기가 국제경제의 최대 이슈인 만큼 중국이 유럽 국가 국채매입을 통해 문제 해결 '구원투수'로 나서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0월 원 총리가 그리스를 방문했을 때 “그리스 국채 매입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물론, 올해 4월 쑹저 유럽연합(EU) 주재 중국 대사도 중국이 유럽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채 매입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은행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중국이 미국 달러자산 매입 비중을 줄이고 유럽 국채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는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은행 스탠더드 차터드(SC)는 올해 1~4월 중국이 중국, 홍콩, 런던의 국채 매입 세력을 통해 사들인 미 국채 규모가 고작 460억달러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 1960억달러의 24% 수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올해 1~4월 외환보유고가 약 2000억달러 증가했는데, 새로 유입된 자금 중 75%가 달러화 자산이 아닌 다른 자산, 특히 유럽 국채매입에 상당 부분이 투자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SC는 "유럽은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흡수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이라며 "중국은 외환보유고의 일부를 독일, 프랑스 국채 및 회사채에 투자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이 얼마나 많은 돈을 유럽에 풀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중국은 외환보유고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매 월 해외자본유출입동향 보고서(TIC)를 통해 중국의 미 국채 보유 현황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것은 미국측 자료일 뿐 중국이 외환보유고의 얼마만큼을 어디에다 투자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워싱턴 보수 연구단체 헤리티지 재단의 데릭 시저스 연구원은 “중국은 외교적 성과를 얻기 위해 이번 유럽 방문에서 유럽 국가를 도울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외환보유고의 유럽 투자를 확대한다고 해서 꼭 달러화 자산 투자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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