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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오너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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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 설립자 이성범 회장, 16차례 걸쳐 자사주 매입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칠순이 넘은 고령의 오너가 자사주를 두 달 동안 13차례에 걸쳐 사들였다.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상속 등을 통해 보유지분도 줄일 연령인데, 왜 지분을 늘렸을까.


70대 오너의 뚝심 이성범 우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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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산업용 계측기 전문업체인 우진의 설립자 이성범 회장(사진)이다. 이 회장은 1938년생으로 올해 74세다. 회사경영은 전문경영인인 유계현 대표가 맡고 있다. 이 회장은 출근은 하지만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서만 보고를 받는 정도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5월 7회에 걸쳐 총 3만870주를 사들였고 이달에도 9차례 매수에 나서 두 달 동안 16차례에 걸쳐 자사주 7만2460주를 사들였다.


이 회장의 장내 주식 매수 배경에는 '자존심'이 자리하고 있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정밀계측기 산업 분야에서 지금까지 약 50년간의 외길 인생을 살아온 산 증인으로 통한다.

우진은 원자로 내 4대 계측기라고 불리는 핵분열 상태측정기(ICI), 제어봉 위치전송장치(RSPT), 냉각재의 수위 측정기(HJTC), 그리고 냉각재 온도측정기(RTD)를 국산화해 원자력발전소에 공급하면서 사세를 키워왔다. 지난해 7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우진은 우리나라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슈와 절묘하게 시기가 맞아 떨어지면서 원자력발전 대표 수혜주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주가가 급등해 지난해 말 3만98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357만8440주(지분율 41.23%)를 보유한 이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1421억원으로 상장 대박신화를 일군 인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3월11일 일본 대지진에 이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2030년까지 세계 원전시장 진출을 통해 해외매출 20%를 달성하겠다는 경영목표가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위험성이 제기되면서 흔들리게 된 것.


우진의 한 관계자는 “이성범 회장이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에 대해 최대주주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낀 것 같다”며 “1만5000원대 주가는 회사의 가치로 볼 때 저평가 된 것으로 판단해 장내매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자사주 매입에도 주가는 큰 영향을 받지 않고 1만5000원대를 유지하다가 28일에 1만6000원대로 올라섰다. 보유주식이 364만5940주(42%)로 늘었지만 주식평가액은 6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6개월 새 800억여원이 사라진 셈이다.


우진의 한 관계자는 “원자력 계측분야와 관련해 해외수출 비중은 1%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데 일본 원전 사태가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다 보니 주가가 회복이 안 된 것같다”며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4%, 16.3% 증가했다”고 밝혔다.


강문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원전 사태로 주가가 계속 하락해 원전 관련주로서의 프리미엄은 소멸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국내 원전 건설은 계획대로 진행 될 예정이라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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