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참여 마찰·법원 판결·주가 하락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지분 5%를 우선 매입하는 방안을 론스타 측과 논의하고 있으나 후폭풍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향후 법원이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해 유죄 판결을 하거나 금융당국이 지분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경우 이 같은 주식매매가 유효할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매입 가격이 얼마냐에 따라 하나금융의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지난달 25일 만료된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을 6개월간 연장하는 대신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지분 5%를 먼저 사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외환은행 경영에 참여하는 한편 올 초 유상증자에 들어온 투자자들을 안심시킨다는 복안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일단 론스타가 하나금융의 경영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론스타가 이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에게 얼마나 실익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한 법원의 판결 및 금융당국의 지분 강제매각 명령, 외환은행 주가 하락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오는 16일 서울고등법원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공판을 시작한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사건을 고법에 돌려보낸 만큼 빠르면 수개월 안에 판결이 날 가능성도 있다.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되면 금융위원회는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 중 10% 초과분을 매각하도록 명령을 내리게 된다. 문제는 이 경우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의 주식매매계약이 유효한지 여부다.
기존에 금융위가 주식처분 명령을 내린 사례를 보면 언제까지 매각하라는 시한만을 정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2004년 2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사들이면서 공시규정을 위반한 KCC와 2008년 3월 한국석유공업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투자목적을 허위로 공시한 DM파트너스에게는 지분을 장내에서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이 사례들은 공시위반이라는 점에서 은행법상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과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금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금융위가 론스타에게 외환은행 지분 41.02%를 장내에서 팔도록 명할 경우 하나금융과의 계약도 깨질 수밖에 없다.
외환은행 주가가 지난해 말 주식매매계약을 맺을 때보다 크게 떨어진 점도 문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25일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주당 1만4250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주가인 1만2300원보다 16%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그러나 지난 10일 현재 외환은행 주가는 9270원으로 당시보다 무려 25%나 내려갔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지분 5%를 주당 1만4250원에 먼저 사들였다가 나중에 계약이 무산될 경우 시장에서 이를 처분하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향후 배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지분 일부를 먼저 인수할 경우 나중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며 "재무건전성은 물론 경영 측면에서도 배임 등의 이슈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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