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무역수지 적자폭 감소 소식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6월 들어 첫 상승장이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75.42포인트(0.63%) 오른 1만2124.36으로 7거래일만에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일 대비 9.44포인트(0.74%) 뛴 1289.00으로, 나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9.49포인트(0.35%) 상승한 2684.87로 거래를 마쳤다.
엿새간의 하락에 따른 반발 매수와 무역수지 적자폭 감소가 이날 뉴욕증시를 일으킨 동력으로 평가된다.
◆무역수지 적자 '예상밖 감소'=4월 미국 무역수지는 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수입이 감소하면서 적자폭이 줄어들었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4월 무역수지 적자가 437억달러로 전달 468억달러(수정치)에 비해 줄었다고 발표했다. 488억달러의 적자를 예상한 시장 전망치도 따돌린 결과다.
4월 한달간 수입은 0.4% 줄어든 2192억달러를 기록했고, 수출은 1.3% 늘어난 1756억달러를 보였다.
지난 3월11일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의 영향으로 대(對)일본 수입이 30억달러 규모로 감소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또 달러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 경쟁력이 강화된 것도 적자폭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무역적자 폭 감소는 소비자지출 감소를 진정시킬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증시 회복의 가능성을 보인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에도 힘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업수당 청구는 ‘예상밖 증가’=미국의 무역수지가 증시에 호재였다면 고용지표는 악재였다. 다만 투자자들은 고용 악재보다는 무역적자 감소라는 ‘녹색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4일까지 일주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42만7000건으로 전주와 비교해 1000건 늘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전망치 41만9000건을 웃도는 기록이다.
유가상승에 따른 에너지비용 증가로 인해 일부 직원들의 해고가 늘어나면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신용상황이 부실해진 것도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션 인크레모나 포캐스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밖의 상승을 반복하고 있다”며 “고용상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9주 연속 40만건을 웃돌고 있다.
◆ECB·BOE는 “인플레 보단 경기 회복”=유럽중앙은행(ECB)와 영국은행(BOE)가 금리를 동결한 것도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보다는 경기 회복이 먼저라는 판단에 금리를 동결한 셈이다. BOE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2000억파운드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09년 3월 5일 이후 27개월째 금리를 동결한 것이며 경기부양책도 현상황을 유지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ECB는 다음달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시중은행들이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인프레를 견제했다.
◆반발매수..원자재·에너지주 강세=또 이날의 상승장의 주요 원인중 하나는 역설적으로 6거래일 간 증시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오를 때도 됐다’는 심리가 투자자들 사이에 만들어졌던 것.
존 캐리 파이어니어 인베스트먼트의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주가가 주저앉았던 것을 감안하면 랠리를 기대할 수 도 있을 것”이라며 “일부 투자자들이 악재에만 집중하고 실적 모멘텀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몇몇 주식들은 지금 매수 가치고 매우 좋은 상황이고, 현재 상황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S&P500지수를 비롯한 뉴욕증시는 원자재 관련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S&P500지수의 원자재 관련주는 1.47%폭으로 상승했다. 프리포트 맥모란 코퍼앤골드와 콘솔에너지 각각 2% 이상 뛰었다. 또 유가상승과 함께 에너지 관련주도 1.2% 이상 올랐다.
◆OPEC 합의 불발에 국제 유가는 오름세=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합의 실패 영향으로 상승했다. OPEC이 증산에 실패하면서 공급 부족 상황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1.19달러(1.2%) 오른 배럴당 101.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된 브렌트유는 1.35달러(1.1%) 오른 배럴당 119.2달러에 거래됐다.
OPEC은 전날 최의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에 증산을 제안했지만 12개 회원국 전체의 합의를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톰 벤츠 BNP파리바 상품 선물의 애널리스트는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유가 상승에 부담스러운 요인이었지만 무역적자 감소라는 이슈가 이를 상쇄했다"며 "OPEC의 증산 합의가 유가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라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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