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아왔던 한나라당이 중수부 존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찬반 격론이 예상됐던 9일 의총에서는 예상과 달리 손쉽게 중수부 폐지 반대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두아 원내 대변인은 의총 브리핑에서 "16명 정도의 의원이 발언에 나섰는데 많은 의원들이 대검 중수부를 지금 이 시기에 폐지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었다"며 "대검 중수부라는 것은 한 직제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 폐지를 법으로 정하는 것은 입법권의 한계에 부딪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발언에 나선 16명의 의원 중 검찰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무려 15명이 폐지에 반대했다.
의총 소집을 주도했던 박준선 의원은 "정치인, 고위공직자, 대기업 관련 경제사범 수사 등 거악 척결은 중수부의 매우 중요한 기능"이라며 "중수부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현 시점에선 무조건적인 폐지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힘있는 자들이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부산저축은행 관련 게이트는 현재 중수부에서 수사를 담당, 일선 검찰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며 "현재 사법제도 시스템 하에서는 금융감독기관, 감사원, 청와대, 정치인 등 권력층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기관은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지역 의원들도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오비이락(烏飛梨落)이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사개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여야 합의를 뒤집기 어렵다며 중수부 폐지를 주장했다. 주 의원은 그동안 "중수부 폐지로 권력형 비리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면 별도의 독립적인 수사기구를 설치하면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중수부 폐지를 전제로 특별수사청을 신설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 다만 주 의원도 의총 내내 폐지 반대론이 거세지자 "이대로라면 폐지가 어렵겠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한나라당 당초 중수부 폐지 논란과 관련,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해 다소 유보적 태도를 보여왔다. 안형환 대변인은 "중수부 폐지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저축은행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30일 열린 정책의총에서도 사개특위 쟁점에 대한 일부 논의가 있었을 뿐 본격적인 토론은 이어지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가 지난 주말 중수부 폐지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폐지 반대론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커져왔다. 박준선 의원을 포함한 49명의 의원들이 중수부 폐지를 반대하며 의총 소집을 요구했고 초선의원 모임인 '선진과 통합'도 폐지반대를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중수부 폐지를 6월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중수부 폐지 반대로 의견을 모으면서 여야간 격돌 역시 불가피해졌다. 한나라당이 중수부 폐지를 반대한 것은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에 제동을 건 것은 물론 저축은행 수사가 한참 진행 중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의총에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당론을 결정하기보다는 사개특위에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국회 특별위원회이기 때문에 당에서 어떤 일정한 의견을 갖고 지침을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아 보일 수 있다"면서도 "이 부분도 당론을 좀 정하자는 의원들 의견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을 참작하고 청와대나 정부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국민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사개특위 활동시한 연장과 관련, "배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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