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만도와 삼성생명의 우리사주조합 물량이 보호예수에서 해제된 지 2~3주가 지났지만 우려했던 '오버행(잠재적 매물 부담) 이슈'는 나타나지 않았다. 두 회사 우리사주 조합원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증시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만도 직원들은 주식을 '안 팔고' 있고,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삼성생명 직원들은 주식을 '못 팔고'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시기 상장했지만 두 회사 직원들의 희비는 극과 극으로 갈린 셈이다.
◆만도 직원, '안 팔아!'= 만도는 지난달 20일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120만주(지분율 6.59%)의 보호예수가 해제됐다. 지난해 상장 당시 공모가(8만3000원)에 비해 현 주가가 2배 넘게 올라 시장에서는 만도 직원들의 차익 실현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1인당 평균 310주를 배정받은 만도의 3800여명 우리사주 조합원들이 1년만에 평균 3500만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얻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4월말 최고 21만8000원까지 올랐던 만도 주가는 우리사주 보호예수 해제 전날인 지난달 19일에는 17만65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이는 기우였음이 확인됐다. 보호예수가 해제된 후 지난달 말까지 조합원 주식 120만주 중 40% 가량인 49만여주가 만도 우리사주조합 계좌에서 각 조합원 개인계좌로 이체됐지만 실제 증시에 매물로 나온 물량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보호예수가 해제된 후 만도의 일평균 거래량은 12만주로 보후예수 해제 전 평균치(20만주, 한달 기준) 보다 40% 가량 감소하는 등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만도 주가는 보호예수 해제 후 11.6% 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기관과 외국인들이 조합원 물량이 나올길 기다리며 매수를 자제해왔는데 보호예수 해제 후 정작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회사에 문의를 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합원 물량의 40% 정도가 개인계좌로 이체됐지만 직원들이 회사의 성장성과 주가 상승에 거는 기대가 커 시장에 나올 물량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생명 직원, '못 팔아!'= 삼성생명은 만도보다 1주일 앞선 지난달 13일 우리사주조합 물량(888만주, 지분율 4.44%)의 보호예수가 해제됐다. 하지만 만도와 달리 현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아 손실을 감수하지 않는 한 주식을 팔 수 없어 조합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삼성생명의 현 주가는 9만2500원(3일 종가 기준)으로 상장시 공모가(11만원) 보다 16% 가량 낮다. 1인당 평균 1400여주를 배정받은 조합원들이 평균 2500만원 가량의 손실을 입고 있는 셈이다.
삼성생명 주가는 보호예수가 풀린 후 5.6% 하락했다. 지난달 말엔 상장 후 처음으로 9만원을 밑돌기도 했다. 삼성생명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우리사주조합 물량 외에도 오버행 이슈가 더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와 CJ그룹이 각각 2214만4000주(지분율 11.07%), 1098만5850주(5.49%)를 보유하고 있고 이 물량이 대거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커 주가를 압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삼성생명에 대해 "신세계와 CJ그룹의 보유지분이 최근 3개월간 삼성생명 하루 평균 거래량의 74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추기 어렵다"며 ""오버행 이슈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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