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중국의 부유층이 돈을 해외로 빼돌리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민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온라인판은 중국 초상은행(招商銀行)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 컨설팅업체 베인 앤 컴퍼니의 공동 조사결과를 인용해 중국에서 이른바 ‘고액 순자산 보유자’(HNWI) 가운데 60% 정도가 현재 투자이민을 고려 중이거나 이민 절차를 거의 끝내놓은 상태라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기서 HNWI란 언제든 투자가능한 자산이 1000만 위안(약 16억6000만 원) 이상에 이르는 사람을 말한다.
언제든 투자할 수 있는 자산 규모가 1억 위안을 웃도는 이들 가운데 27%는 이미 해외로 이주했고 이들 중 47%는 이민을 고려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해 여름부터 중국에서 빠져 나오는 ‘검은 돈’이 급증하고 있다”는 미 재무부의 보고서 내용과 일치한다.
불법 자금의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는 비영리 두뇌집단 ‘글로벌 파이낸셜 인테그리티’에 따르면 세계의 불법 자금 이동은 중국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2000~2008년 중국 밖으로 빠져 나간 돈은 자그마치 2조1800억 달러(약 235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을 빠져나가는 ‘핫머니’ 규모가 가장 절정을 이룬 것은 2008년 4?4분기다. 중국 중앙정부가 경기진작책을 내놓았을 때다. 여기에는 ‘일부 자산의 재국유화’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국유 부문과 국유 금융기관들에 돈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2009년 중국의 경제성장 가운데 95%는 이런 국가의 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나마 이에 편승한 사유 기업가들은 엄청난 돈을 챙길 수 있었다. 올해 중국의 HNWI는 58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008년의 두 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008년 이래 사유 기업인들을 경계해 억압해왔다. 그러니 민간 기업인들이 스스로를 보호하려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중국의 사회경제평론가 중다쥔(仲大軍)은 지난 4월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 기고문에서 “엘리트층이 많은 돈을 갖고 중국 밖으로 달아나고 있다”며 한탄했지만 모든 이들의 예상대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내년 중국 최고지도자로 등극할 경우 상황은 더 악화할 듯하다.
시 부주석이 최고지도자로 등극하면 전 중국 지도층의 2세들인 이른바 ‘태자당’(太子黨)을 요직에 중용해 경제 장악력 확대에 나설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사유 기업가들에게 돌아갈 기회가 적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의 부유층이 해외 부동산 쇼핑에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5년 사이 중국인들의 미국 투자이민은 73% 급증했다.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지난 2월 중국인들의 부동산 싹쓸이로 현지 부동산 값이 전월 대비 70% 급등했다.
베이징(北京) 대학에서 사회학을 강의하는 샤쉐뤼앤(夏學巒) 교수의 말마따나 “오늘날 중국 기업인을 중국에 붙들어둘 수 있는 것은 애국심밖에 없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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