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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메이커]"투기를 일삼는 당신, 채권부터 공부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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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공부가 주식투자를 위한 지름길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이 1934년에 쓴 ‘증권분석’은 가치투자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고전이지만, 한국에서는 최근에야 제대로 된 번역본이 출간됐다.


재미난 점은 이 책을 번역한 이건 선생이 역자 서문의 제목을 ‘어려운 책’이라고 붙이면서, 일반인에게 이 책을 섣불리 읽지 말 것을 권유했다는 점이다. 또한 그레이엄도 저자 서문에서 “초보자에게 적합한 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어느 날 사석에서 이 책의 번역본을 출간한 리딩리더 출판사의 권영성 대표께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자도, 역자도 권하지 않아서 많이 팔릴 것 같지 않는 이 책을 출간하는 것이냐? 사업상 승산이 없지 않느냐?”라고 여쭤 본 적이 있다.


그러자 권대표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이 책을 출간해 돈을 벌겠다는 기대는 별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기 때문에, 누군가 출판해야 한다면 내가 하고 싶었다.”

이 말처럼 일반인에게 적합하지 않더라도 진정한 투자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면,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가치투자 독서모임 밸류리더스에서는 반드시 공부하고 넘어가야 할 책이라고 판단돼 토론도서로 선정했다.




주식투자로 손해를 보았다면 투기를 한 것이다

이 책에서 그레이엄은 투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간명하게 정의하고 있다.


“투자란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원금의 안전과 만족스러운 수익을 약속하는 행위이다. 그렇지 않은 모든 것은 투기다.”


투자를 하는 대다수는 아마도 투자수익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투자수익은 커녕 손해가 발생하기 일쑤이며, 심지어는 원금마저도 모두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한때 전문적으로 주식운용을 했던 필자도 기업의 펀더멘털을 잘못 이해하거나, 너무 비싼 가격에 매입해 실패한 경험이 수도 없이 많다. 하물며 일반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수익보다 손해가 발생한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레이엄은 원금 보전은 물론이고, 당연히 만족스러운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고 한다. 이 얼마나 어려운 말인가?


한술 더 떠서 그레이엄의 수제자인 워런 버핏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투자의 제1원칙은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


스승과 제자가 입을 모아 하는 소리가 “손해를 보지 말라”는 말이다. 위 정의에서 그레이엄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철저한 분석을 하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손해 볼만한 투자는 아예 처음부터 방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투자란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는 작업인 것이다. 얼마나 철저해야 하는지는 투자자의 내공과 노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철저하게 분석을 했다면 손해를 보려고 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 투자란 것이다.


필자를 포함해 투자에서 손해가 발생한 경험이 있는 투자자는 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투기를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독자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주식투자로 손해 본 적이 있습니까?”


만일 이 질문에 “그렇다”고 한다면, 그레이엄은 당신이 바로 ‘투기꾼’이라고 말하고 있다.


손해를 본 것도 억울한데, 투기꾼 취급을 받다니 기가 막힐 것이다. 하지만 보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손해를 보지 말았어야 옳은 것이다.


그레이엄에게서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두들겨 맞은 듯한 느낌이 옵니까? 다시 한번 자신에게 물어 보시지요.


“나는 진정한 투자자인가?”


주식투자 하려면 채권공부 먼저 해라

이렇게 서두에서부터 기를 죽이면서 시작한 이 책은, 알고 싶은 주식분석기법은 뒤로 한 채 일반투자자에게는 큰 관심사항이 아닌 채권 이야기부터 늘어 놓는다.


책 분량이 1000페이지에 가까운 대작인 관계로 밸류리더스에서도 채권과 주식 두 부분으로 나눠 공부하기로 했다.


이 때 공부를 좋아하는 밸류리더스 회원들도 주식투자자가 왜 채권을 공부해야 하는지 당혹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게 보인다. 도대체 왜 그레이엄은 주식보다 채권을 먼저 공부하라고 할까?



채권은 돈을 빌려주고 받은 증서를 말한다. 그런데 이자율 지급조건이나, 만기구조에 따라 채권가격 계산은 녹록치 않은 작업이다.


그런 까닭에 증권사 직원 중에서도 채권에 대해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물며 일반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채권이란 그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이 낯설게 느껴질 따름이다.


그렇게 골치 아픈 내용을 무엇 때문에 이 책에서는 주식투자에 관한 이야기 보다 앞서서 그렇게 많이 논의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주식에 관심이 있으니 채권 부분은 그냥 건너 뛰자는 눈치도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공부하면서 우리는 채권공부가 주식투자를 위한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 내용을 독자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채권은 주식에 비해 선순위 증권이다. 이 말은 혹시 회사가 잘못되어 망하더라도 주주에 비해 채권자는 먼저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망하지는 않더라도 회사의 이익이 별 볼일 없어 주주에게 배당을 지급하지 못하더라도 채권 이자만큼은 확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주식투자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의미이다.


채권투자자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이자지급이 약속한 것처럼 정상적으로 지급될지, 그리고 원금은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가 정상적으로 사업이 지속가능한지를 따져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안전 마진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주식투자자에게도 동일하게 거쳐야 할 과정인 것이다. 즉 채권자가 고민하듯이 주식투자자도 안전 마진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채권은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다가 만기에 원금을 상환한다. 그러므로 채권의 가격계산식은 미래에 지급될 각각의 이자와 상환될 원금을 일정한 금리로 할인한 현재가치를 구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마찬가지로 주식투자자도 미래에 발생할 이익 또는 배당을 일정한 금리로 할인한 현재가치를 구해 주식의 적정가를 찾아볼 수 있다.


채권은 발생할 이자가 확정적인 반면, 주식의 경우에는 이익 또는 배당이 불확정적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경우 주식투자자가 이익 또는 배당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분석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투자자 입장에서 채권이 주식보다 오히려 접근하기 용이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현재가치를 구하는 할인과정에서 채권이나 주식 모두 일정한 금리를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만일 주식에 적용하는 금리가 채권에 적용하는 금리보다 매력적이지 않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순위도 불리하고 수익도 불확실한 주식에 투자할 아무런 이유가 없을 것이다.


즉 금리와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비교해 투자자가 채권에 투자할지, 아니면 주식에 투자할지 결정하는데 참고로 할 수 있다.


이렇게 채권의 금리와 주식의 기대수익률(보통 PER의 역수를 사용한다)을 비교하는 방식을 FRB의 전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이 활용했기 때문에 FED모형이라고 부른다.


이는 주식시장이 금리에 비해 과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 주식투자비중을 조절하는데 유용한 지표이다.


기업이 채권을 발행해 사업을 진행하고자 할 때는 주주에게 지급해야 하는 배당보다 싼 이자를 동원, 기업의 이익률을 높이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채권이라는 레버리지를 활용, ROE(자기자본이익률)을 높여 주주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정한 규모의 채권발행은 주주에게 유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존립에 위협을 줄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채권을 발행한 경우에는 주주 입장에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의 자본구조상 채권과 주식의 비율이 적정한지를 살펴보는 것도 주식투자자에게는 매우 의미있는 판단기준이 된다.


또 해당 기업의 채권 유통금리가 다소 높아진다는 것은 채권자 입장에서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시장의 신호다. 주식보다 선순위 증권인 채권조차 투자자가 위험을 느낀다면 주식투자는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채권 유통금리는 주식투자자에게도 반드시 참고해야 할 지표가 된다. 이 경우 대체로 주식투자자는 내재가치를 구하는 계산식에서 적용하는 금리를 채권 유통 금리의 2배 이상으로 적용, 내재가치를 하향 조정해 보수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일정한 조건이 되면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신주를 발행하도록 되어 있는 CB 또는 BW의 경우에는 채권투자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주식투자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채권 발행으로 인해 주주의 가치가 희석 또는 훼손되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쉽게 접근해서 CB 또는 BW를 발행하는 기업의 주식에는 투자를 보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법정관리 등 기업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 기존 주식은 감자를 하면서 채권자가 보유한 채권에 대해서는 주식전환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주주의 가치가 거의 없어지기도 하는 등 채권자와 상반된 운명에 처하게 됨을 조심해야 한다.


이처럼 채권을 공부하다 보면 주식의 적정가치를 어떻게 구해야 할지, 지금 주식에 투자하기에 유리한지, 주식투자비중을 얼마나 가져가야 할지, 주식투자를 보류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하는 유용한 기준을 제시해 준다.


채권투자는 남의 사업에 돈을 빌려 주는 것이고, 주식투자는 내 사업에 내 돈을 집어 넣는 것이다. 그런데 내 돈이 들어간 내 사업을 판단하기엔 손이 안으로 굽는 것처럼 너무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


그럴 때 남의 입장에서 내 사업을 냉정하게 분석해 보는 자세가 그레이엄이 말하듯이 안전한 투자를 위한 ‘철저한 분석’에 가까이 가는 지름길이란 점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신진오 가치투자그룹 회장(필명 밸류타이머)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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