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말라리아 유입으로 중구·옹진군·동구·서구·강화 등 5개 지역 '헌혈 위험'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헌혈 하러 왔습니다."
"어디 사세요?"
"인천 **구에 삽니다."
"그럼 말라리아 때문에 헌혈을 못 하세요."
"..."
인천 사람들이라면 헌혈하러 대한적십자사에 들렀다가 흔히 들어 본 말이다. 인천 지역 절반 가량이 몰려 살고 있는 5개 지역이 말라리아 위험 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헌혈로 실천하려고 해도 받아 주지 않기 때문이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실제 보건복지부는 올해에도 인천 강화군을 말라리아 고위험 지역으로, 옹진군·중구·서구는 위험 지역으로, 동구는 잠재 위험 지역으로 분류해 놓고 헌혈을 받지 않고 있다.
상식적으로 말라리아는 열대의 비위생적인 곳에서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첨단 시대를 달리는 대한민국의 수도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답은 인천이 북한과 국경을 마주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 당국이 식량과 외화난에 찌든 나머지 적극적인 예방 활동에 나서지 못하자 북한 곳곳에 말라리아가 창궐하고 있으며, 인천의 강화군 등 5개 지역처럼 북한과 맞닿아 있는 접경 지역에도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들이 내려와 주민들에게 전염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해마다 북한 주민들은 물론 인천 지역 주민들을 말라리아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북한 지역 말라리아 방역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도 시민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북한 말라리아 방역물품 지원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북한 황해도 7개 지역에 말라리아 예방과 관련한 약 2억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말라리아 방역물품 지원계획은 대북한 원조 활동을 극히 제한하고 있는 통일부 조차도 지난 9일 승인함에 따라 이뤄졌다. 이날 협약식에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영담스님, 인천시의회 전원기ㆍ이재병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번에 지원하는 말라리아 방역 물품은 품목은 말라리아 진단키트, 모기장 원단, 임산부용 감염 예방약, 유충구제약, 모기향 등이다.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인천과 잇닿은 북한 황해남도 7개 지역(해주시ㆍ강령군ㆍ옹진군ㆍ벽성군ㆍ청단군ㆍ연안군ㆍ배천군)에 지원된다. 1차 지원 물품은 이달 중 경의선 육로를 통해 전달할 계획이다.
송영길 시장은 "금년부터 남북공동으로 말라리아 방역사업을 연차적인 계속사업으로 추진하여 인천지역 말라리아 퇴치에 기여하도록 남북간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북의 말라리아 방역문제는 우리 인천시민의 건강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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