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서울시는 경기도 등 다른 지방과는 달리 지금도 뉴타운 개발에 대한 기대치가 있습니다. 제어를 하고 싶을 정도로 개발 속도가 빠릅니다. 이번 신주거지 정책은 뉴타운 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출구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진행되는 뉴타운 개발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서울시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뉴타운 사업에 대한 평가가 억울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울시가 지방 뉴타운 사업 현황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우선 사업 추진 시기의 차이에 있습니다. 서울시는 2002년 시범 뉴타운을 시작한 후 2005년까지 지구 지정을 완료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수도권 등 지방은 2007년 최초 지구가 지정된 후 곧바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아 사업추진이 어려웠다는 게 서울시 주장입니다.
또 수도권 및 지방의 뉴타운 지구의 주거상태가 서울보다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어서 정비사업에 대한 추동력(推動力)이 약하다고 지적합니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보금자리주택이 뉴타운 사업지 인근에 지정돼 사업성을 낮춘 것도 서울과는 다른 점으로 꼽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 서울시가 뉴타운 개발속도를 제어하고 싶을 정도로 빠르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실례로 2003년 2차 뉴타운으로 지정받은 한남뉴타운은 지정 9년째가 됐지만 전체 5개 구역 중 1곳도 착공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한남5구역은 녹지조성 계획이 잘못됐으니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한남뉴타운은 애초 지구 지정 당시 서울시 뉴타운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입지가 좋아 노른자위 땅으로 꼽혔던 곳입니다. 당연히 개발속도도 빠를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현재 서울시 뉴타운 사업지 중 한남5구역처럼 주민들이 뉴타운 사업을 취소하라며 낸 행정소송은 53건에 이릅니다. 수도권 및 지방 뉴타운 사업지보다 주거상태가 열악해 사업 추동력이 있다고 한 서울시 얘기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설상가상 뉴타운 사업이 끝난 곳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바로 저조한 원주민 재정착률이죠. 길음4구역의 경우 원주민 재정착률이 15.4%에 그치는 등 평균 20% 이하입니다. 원주민의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본래 목적이 사라진 셈이죠.
서울시는 여전히 "241개 뉴타운 촉진구역 중 면적기준 42.6%가 사업시행 인가돼 현재 사업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단순 통계에 근거한 서울시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답답할 뿐입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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