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주)한일 박은용 회장, 대전충남무역상사협의회 맡아 무역인 키우기에도 한 몫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세계 모터사이클 경기복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 대전에 있다.
박은용(69) 회장의 인생의 반이 넘는 36년간 경기복에 매달린 (주)한일은 하도급업체로 출발해 세계적 모터사이클 레이싱의류전문기업으로 컸다.
1974년 소규모 봉제업으로 시작할 땐 혼다 등 일본의 유명 모터사이클제조사에 경기복을 납품하는 대전피혁의 재하청기업이었다. 하지만 기술력이 늘면서 무역상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기 시작했고 일본은 물론 독일, 스위스 등 유럽에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박은용 회장은 “무역은 전혀 몰랐다”면서 “만들어서 납품만 하면 됐지 외국에 수출할 생각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그러나 외국서 주문이 들어오며 어떻게 수출해야할지 막막했을 때 무역협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그 때를 돌아봤다.
일본 수출을 위해 무역협회 직원들이 회사에까지 찾아와 관련업무를 처리해줬고 무역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갔다.
그 땐 잡화수출이라서 검사가 까다로웠고 모든 것을 협회가 처리해주면서 협회와 인연을 맺었다. 수출기업인들 몇몇이 모여 모임을 만든 게 지금의 무역상사협의회가 됐다.
협의회장을 맡은 것도 10년을 넘어 무역전문가가 됐고 이젠 후배무역인들의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내가 협회한테 배웠고 무역을 하다보니까 고참이 됐다. 이젠 가르쳐 줘야지”라며 “지금은 무역하는 사람들이 많이 똑똑해졌지만 무역학과를 나와도 다시 실무를 배워야한다”고 말했다.
협의회를 이끌며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대전무역회관 건립을 들었다. 그는 “대전충남무역협회 사무실이 좁고 무역실무를 교육하기가 쉽잖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론 대전무역회관이 지어져 무역관련기관들이 들어오면 교육에서부터 수출업무까지 원스톱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에겐 전문생산인력 확보도 무역과 함께 중요한 일이다. 숙련된 기술자를 키우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까닭이다.
박 회장은 “4년제 대학보다 전문대가 활성화돼야 한다”면서 “전문교육이 필요하다. 미용대학, 봉제대학 같은 대학이 만들어지면 전문기술자를 키우는 데 기업부담이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30년 넘게 모터사이클경기복만 만들어와 직원들 나이도 함께 들어갔고 가족같은 분위기여서 60이 넘은 직원들이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다. 61세 정년제를 만든 게 5년 전이다.
나이든 직원들이 정년제를 만들자는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내가 모질지 못해 직원들을 오래 근무하게 한 거지. 이사 한 분이 느닷없이 73살 때 고혈압으로 입원했는데 퇴직제를 만들자고 요구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일은 대전 본사 공장에선 샘플작업을 하고 중국, 베트남에 대규모 공장을 지었다. 2009년 매출 375억원, 외국공장까지 직원이 1000여명에 이르는 중견기업으로 컸다.
일본시장의 약 80%, 유럽시장의 20~30%에 한일의 경기복이 파고들고 있다. 이런 성과로 박 회장은 지난해 말 대전경제과학대상 수출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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