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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환기종목 지정제도' 시행의지 있었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6초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투자유의 환기종목과 관련한 내용이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반영되지 않아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신뢰가 떨어졌다. 다른 증권사 HTS로 갈아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S증권사 HTS를 10년째 사용하는 L씨의 불만 섞인 이야기다. L씨는 자칫하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투자유의 환기종목으로 지정한 종목의 주식을 살 뻔했다. HTS상 투자유의 환기종목과 관련한 '알리미'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코스닥 소속부 및 투자유의 환기종목 지정제도'가 시행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한국거래소가 우량, 벤처 등 4개의 소속부로 코스닥 상장사를 구분하고 나머지 33개사에 대해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했지만 시행 첫날인 2일 대부분의 증권사가 이를 HTS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일 오전 HTS 화면에 색깔 표시 등으로 관련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증권사는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등에 불과했다. 나머지 상당수 증권사는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문제는 거래소와 증권사 모두 이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터라 최종 발표 이전 제도 도입과 관련해 증권사들에 알리고 권고 차원의 공문을 보냈다”며 투자참고 사항임에도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증권사도 “거래소 공문을 통해 해당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시장의 반응을 먼저 보고 반영할 계획이었다”는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


거래가 개시되기 전인 오전 6~7시 '마스터 파일'을 통해 종목에 대한 정보가 증권사에 전달되고, 증권사들이 이를 HTS 등에 반영하는 통상적 절차였음에도 거래소의 '사전확인'도, 증권사의 '사후노력'도 없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HTS는 서비스의 작은 차이라도 큰 수익과 손실로 이어지는 거래 시스템이다. 주식시장은 작은 재료 하나로도 주가가 급등락하는 매우 민감한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소속부 및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제도의 취지가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였다면 시장 서비스 주체인 거래소와 증권사의 적극적인 협력이 전제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제도는 만들면 그만이고 서비스는 언제든 하면 그만이라는 방관자적 입장으로는 제도 도입의 취지는 물론 투자자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욕먹을 각오로 도입한 제도가 시작하자마자 '망양보뢰(亡羊補牢)'식의 흠을 남겼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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