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가 내렸지만, 판매 장려금 줄어...소비자 부담 그대로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권해영 기자] '갤럭시S2' 출고가 인하의 후폭풍이 상당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 출고가가 전작 '갤럭시S'보다 10만원 가량 낮아지면서 휴대폰 및 이동통신 업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5일 제조업계 및 통신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울며 겨자먹기'로 출고가 인하에 나설 전망이다. 이통사들도 출고가 인하로 인해 제조업체가 판매 장려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마케팅 부담이 늘지 않을까 고민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의 출고가를 84만7000원으로 확정했다. 전작보다 10만원 가량 낮아졌지만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구입할 때 지불하는 가격인 실구매가는 갤럭시S와 크게 차이가 없다.
◆휴대폰업계, 출고가 내리고 판매 장려금은 없애고=이는 삼성전자 출고가를 10만원 낮추는 대신 판매 장려금을 줄이는 투트랙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출고가를 의도적으로 높여 놓고 판매 장려금을 줘 '조삼모사' 식으로 휴대폰 가격을 부풀려 놨다고 지적받아 왔다.
휴대폰업체들은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출고가를 내릴 예정이다. 판매 장려금도 축소할 계획이다.
휴대폰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휴대폰 출고가를 내릴경우 경쟁업체들도 모두 휴대폰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관례"라며 "LG전자와 팬택 등도 동급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10만원 가량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옵티머스 빅'의 출고가를 90만원대로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갤럭시S2에 맞춰 10만원 가량 낮출 계획이다. 팬택도 3세대 베가의 출고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 출고가 인하안을 놓고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편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제조사로서는 출고가 인하분 만큼 손해를 보게 돼 판매 장려금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려가지 않은 실판매가격, 이통사 추가 요금인하 압력 직면=이동통신업계도 갤럭시S2 출고가 인하가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갤럭시S2의 출고가가 확정되기 전까지 삼성전자와 이통사들은 출고가 및 보조금 분담 문제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다. 이통사로서는 삼성전자가 출고가를 인하하는 대신 판매 장려금을 줄여 이통사 부담을 키우지는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향후 통신비 인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휴대폰업체에 출고가 인하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도 있었다.
통신 3사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력이 시작되자 스마트폰의 경우 단말기 가격이 비싸 할부금을 포함된 요금이 높아 보였다고 해명해왔다. 특히 휴대폰업체들이 출고가를 의도적으로 부풀려 단말기 가격에 거품을 만들어 왔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휴대폰업체들은 출고가를 내렸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통신 3사에 매월 내야 하는 돈은 같다. 정부는 값비싼 스마트폰 전용 요금제에 단말기 할부금 일부가 들어있다고 판단해 조사를 하고 있다. 때문에 이통사에 추가적인 요금 인하안을 요구할 전망이다.
이처럼 출고가 인하로 제조사 및 이통사는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소비자 편익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향후 이통사간 마케팅 경쟁이 격화되면서 실구매가가 낮아질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일선 대리점이나 판매점들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이 줄어든데다 국내 이통 3사의 마케팅 경쟁이 뜨거워질 경우 그 부담을 국내 3만여개에 이르는 판매점과 대리점이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도 높다"며 "영세업체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 등 여파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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