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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던' 이헌재, 청문회서도 '꼿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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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20일 오후 4시51분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열린 국회 청문회장. '잠적설'이 나돌던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들어서자 전현직 금융수장 7명이 일제히 기립했다. 검정색 정장에 연노란색의 넥타이를 착용한 작은 체구의 노신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입장했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나머지 금융수장은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맞았다. 금융계 선후배가 총출동한 이 자리엔 어색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전 부총리는 국회의 청문회 증인출석 요구서를 수령하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자택을 비워 청문회 불출석이 관측돼 왔다. 청문회장에도 3시간 가량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재위 출석 문제로 4시 이후 출석을 통보하자, 이 전 부총리도 이에 맞춰 출석한 것이다. 때문에 그는 청문회 시작부터 '지각 문제'로 여당 의원들의 집중 질타를 받았지만, 시종일관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그렇게 의전을 따질 정도로 본인이 특별한 증인이냐"고 몰아세웠고, 이 전 부총리는 "전직 금융 책임자를 부르는 데 걸맞은 모양새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저도 할 말은 많지만 그 이야기는 그 정도로 끝내 달라"고 말하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김 의원이 또 "참 대단하시다"고 비꼬자 그는 "제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하시느냐"고 되받기도 했다.

특히 이 전 부총리는 이날 '이헌재식 경제론'을 역설해 주목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금융감독원장을 거쳐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하며 저축은행 규제 완화 정책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여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그는 금융의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책임론에서 비켜간 것. 그는 "금융은 돈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사업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금융은) 리스크를 대상으로 장사하는 사업"이라며 "그 때문에 (금융은) 항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배에 대한 의원들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지면서 '까마득한 후배(이 전 부총리가 청문회 증인 채택에 반대하며 내세운 이유)'인 나머지 금융수장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현직 금융수장들은 저축은행 부실의 원인이 과거 정부의 탓이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다"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이날 청문회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책임을 따지기 위해 마련됐지만, 책임을 통감하는 금융계 인사는 없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당시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변론했다. 다만 윤증현 장관은 금융감독원장 재직 시절 우량저축은행에 대한 여신한도 우대조치인 '8.8클럽' 도입에 대한 책임을 추궁 받자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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