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정부조직개편으로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이후 IT 주무부처임을 자처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상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오는 22일 개최되는 '정보통신의 날' 행사에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기념사를 맡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격려사를 맡으며 두 부처간 역학 관계가 분명해졌다. 주무부처가 격려사를 하는 바람에 객(客)이 되는 수모를 겪게 된 것이다.
21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두 부처는 오는 22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정보통신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이날 행사에는 정보통신부와 체신부 역대 장차관과 산하 및 유관 기관 대표들이 모두 참석한다. 주요 VIP들은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를 비롯한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와 지상파 3사를 비롯한 방송업계 대표들이다.
일부 IT 기업들은 지경부가 담당하지만 통신업계와 방송업계는 모두 방통위 관할이다. 하지만 기념사는 최 장관이 맡았다. 최 위원장은 최 장관의 기념사 직후 격려사를 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두 부처는 현 정부가 들어선 후 정보통신부가 폐지되며 '정보통신의 날'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을 내 왔다.
지난 2008년 '정보통신의 날'은 정보통신부의 맥을 이어 받은 방통위 주관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문제가 생겼다. 방통위는 전통대로 '정보통신의 날'을 개최했지만 지경부가 별도의 기념행사를 가졌다. 우정사업본부가 산하 기관이라는 게 이유였다.
'정보통신의 날'은 고종 21년인 1884년 우정국 설립을 기념해 '우정총국 개설 축하연'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이후 1956년 '체신의 날'로 지정된 이후 1994년 체신부가 정보통신부로 확대ㆍ개편되며 '정보통신의 날'로 명칭과 역할을 바꿨다.
때문에 방통위는 정통부를 이어 받고 지경부는 우정사업본부를 산하 기관으로 흡수하면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정보통신의 날'이 두 부처가 따로 진행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세간의 비난이 일자 두 부처는 지난해 '정보통신의 날'을 함께 개최하기로 하고 공동으로 주관했다. 이때 지경부 장관과 방통위원장 중 누가 기념사를 할지 이견이 오갔다. 결국 국무총리가 참석해 기념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올해는 국무총리가 참석하지 않는다. 최 장관이 기념사를 하고 최 위원장이 격려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모양새만 보면 '정보통신의 날' 주인공은 명백하게 지경부인 셈이다. 방송위는 객 신세가 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최중경 장관이 기념사를 하는 까닭은 두 부처가 사전에 합의한 사안"이라며 "올해는 지경부 장관이 기념사를 하고 내년 개최되는 행사는 방통위원장이 기념사를 하는 형태로 번갈아가며 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부가 해체된지 4년째 들어서는 올해 지경부와 방통위의 IT 콘트롤 타워 주도권 경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통신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정보통신부 해체 후 매년 '정보통신의 날' 주관 부처와 기념사에 대해 말들이 많았는데 결국 지경부 장관이 기념사를 맡으며 방통위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IT 콘트롤 타워 역할을 못하고 매번 다툼을 벌이는 두 부처의 모습이 우리나라 IT 업계를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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