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사실 부품업체들은 모터쇼에 안나와도 됩니다. 일반인의 관심은 자동차에 있을 뿐,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에 누가 관심을 갖겠습니까. 차라리 완성차 업체에 전시회를 하는 게 효과가 더 큽니다."
지난 1일 서울모터쇼 개막일. 모터쇼 구석구석을 살핀 국내 굴지의 자동차부품업체 CEO는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가 이렇게 느낀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개막일을 비롯해 폐막 이틀 전에 다시 찾은 서울모터쇼는 철저히 완성차 업체 위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부품업체들이 마련한 부스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다양한 이벤트로 사람들을 불러모아보지만 모든 관람객의 관심은 매끈하고 독특한 모양의 자동차에 모아졌다. 이 때문에 현장을 방문한 기자 입장에서는 '왜 왔나' 싶은 정도의 민망함이 앞서기도 했다.
이를 언급한 것은 이번 모터쇼가 남긴 아쉬움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지난 10일 폐막된 2011 서울모터쇼는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보인 게 사실이다. 총 105만명의 관람객이 모터쇼를 방문했으며 콘셉트카와 신차 대수는 금융위기 직후 열렸던 2009년 31대에서 이번에는 84대로 크게 늘었다. 그만큼 볼거리는 많아졌다.
양적으로 풍성해졌지만 '서울모터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여전히 없다. 올해 '진화, 바퀴 위의 녹색혁명'이라는 모토를 내걸었음에도 친환경차와 서울모터쇼의 상관관계는 그리 깊어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 보다는 모델이 빛난 부스도 눈에 띄었다.
자동차, 부품, 친환경 등 모든 것을 한번에 담으려고 하니 추억이 될 만한 이미지는 없었다.
해외 모터쇼는 어떨까. 프랑스 파리모터쇼는 유럽 메이커들의 향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자동차의 미래 뿐 아니라 올드카도 선보이면서 관람객들에게 향후에 대한 기대감과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모터쇼는 1995년 시작 이래 횟수로는 8회, 햇수로는 16년에 불과하다. 100년 이상의 파리모터쇼를 당장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모터쇼가 '세계 5대 모터쇼' 진입을 목표로 하고, 국내 대표 전시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이미 자리를 잡은 해외 모터쇼와는 달라야 한다. 이번 모터쇼는 2013년 열릴 예정인 9회 서울모터쇼 방향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최일권 기자 ig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