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 등록금제, 영어수업 문제서부터 교수들 대학원생 연구원들에게 인건비 안 주다 덜미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KAIST를 세계 최고 이공계대학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학생들을 극한 상황까지 몰았던 서남표 총장이 코너에 몰렸다.
4명의 학생이 목숨을 끊자 ‘징벌적 차등 등록금제’와 ‘100% 영어수업’ 등을 바꾸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서남표식(式)’의 학교운영에서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서 총장은 지난 8일 학생과의 대화시간에 “모든 문제의 개선안을 5월에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균민 교무처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등록금은 물론 여러 교육제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맞춤형교육을 할 수 있는 부서 신설 계획도 밝혔다.
12일에 다시 열릴 학생과의 대화시간엔 각 과에서 모아진 개혁안을 발표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여기까지는 학부생들의 문제가 대부분이다. 대학원생들에겐 등록금이나 영어수업보다 연구환경이 더 큰 문제다. 특히 교수들의 윤리의식이 땅에 떨어졌다는 소리가 대학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대학원총학생회가 대학원생 900명을 대상으로 연구환경 등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 114명이 교수, 선·후배 등과 논문 쓰기에 따른 갈등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113명은 책정된 연구인건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들이 제자논문에 공동연구자로 이름을 올리거나 연구와 관련 없는 교수가 공동 저자로 나타나기도 했다.
교수들의 이런 비윤리적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지적됐던 것이다.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은 국정감사 때 카이스트교수 2명이 민간기업자문을 해주며 10억원 규모의 주식 70여만주를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 문제로 서남표 총장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는 등 학교가 한 차례 혼란에 빠졌다.
이처럼 카이스트가 학교 안팎으로 시끄워지자 지난 2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나서 2주간 학교종합감사를 벌였다.
결과 교수 3명의 비리 사실을 확인했다. 교과부는 지난 8일 카이스트에 ‘종합감사결과 처분요구’를 통해 교수 3명을 징계 및 검찰고발 방침으로 통보했다.
10일 오후 목을 매 숨진 박모(54) 교수도 교육부 감사에서 연구인건비문제가 적발돼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1996년 9월 부임해 2007년 영년직 심사를 통과할 정도로 학교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연구인건비를 학생들에게 주지 않고 다른 곳에 쓰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학생들은 무한경쟁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대학원생들은 교수들의 압력으로 아무 소리도 못하는 존재가 됐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서 총장의 개혁 전면 재검토와 함께 학내구성원들의 허심탄회한 대화만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학내의사결정에 학생들의 참여도 보장돼야 한다는 견해다.
지난 8일 밤 열린 총장과의 대화시간에 한 학생은 “개혁의 중심에 반드시 학생이 있어야 한다”면서 “여유롭게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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