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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을 가진 집 ‘스마트 비서’가 되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3분 36초

건설 R&D 기술 끝없는 진화|③ 삼성물산 건설부문

지능을 가진 집 ‘스마트 비서’가 되다 차량충전 시스템으로 개인 차고에서 전기 자동차의 배터리를 충전시키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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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전기·건강까지 ‘원 클릭’ 관리 친환경 ‘그린 투모로’기술 완성

혼자 사는 30대 초반의 직장인 A씨는 아침잠이 유난히 많다. 일찍 일어나는 일이 고역인 A씨는 휴일 오전 10시께 눈을 떴다.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3색의 은은한 빛이 침실을 휘감으며 기상 음악으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흘러 나왔다. 경쾌한 음악에 비교적 가볍게 몸을 일으킨 A씨가 침대를 벗어나 제일 먼저 향하는 곳은 욕실이다.


자동문이 열리고 욕실에 들어간 A씨는 절수용 양변기에 앉았다. 볼 일을 보자 A씨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주는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몇 초 후 A씨의 건강상태를 표시하는 문구가 세면대 위 거울을 스크린 삼아 나타났다. 특별한 질환은 없지만 약간의 고혈압과 과체중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프로그램은 A씨에게 적절한 운동법과 운동량을 제안한다. 가벼운 산행이나 산책 등을 30분 이상 꾸준히 할 것을 권했다.

샤워를 간단히 끝낸 A씨는 겉옷을 입고 엘리베이터를 통해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오후에 있을 친구와의 약속 장소로 가려면 운전을 해야 한다. 주차장에 있는 차량 충전 시스템의 화면을 터치하자 차 번호를 입력하라는 문구가 표시된다. 네 자리 숫자를 누르고 아파트 호수를 눌렀다. 충전이 시작됐다는 표시등을 확인한 후 A씨는 다시 집으로 올라갔다.


아침 식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A씨는 지난 밤 회사 동료들과 술을 몇 잔 마신 터라 따끈한 국물이 생각났다. 주방으로 가 다용도 조리대에 손을 대자 터치스크린이 켜졌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의 위치가 스크린에 나타났다. 콩나물을 찾아 손가락으로 짚자 콩나물국, 콩나물조림 등 추천 메뉴와 함께 칼로리, 영양소에 관한 정보가 나타났다. 콩나물국을 선택하니 조리법이 나타났다. 필요한 재료의 위치도 함께 제공돼 A씨는 냉장고 문을 열고 재료를 즉시 꺼낼 수 있었다.


요리하는 동안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A씨는 터치스크린에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선택했다. TV보기와 영화보기 기능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TV를 켜고 뉴스를 시청하며 요리를 했다.


지능을 가진 집 ‘스마트 비서’가 되다 1 지열이용 냉난방 시스템과 패키지 중수처리 시스템. 2 주방관리 시스템. 3 욕실 내 자연채광을 이용한 광덕트 시스템.


혼자 식사를 끝낸 A씨는 이제 외출할 준비를 하기 위해 침실로 향한다. 패션 센스가 제로인지라 옷차림에 특히 자신이 없는 A씨, 옷장에 손을 대자 스크린이 나타났다. 스크린은 자동으로 오늘 날씨를 체크해 바람이 약간 부는 선선한 봄 날 입을 만한 옷차림을 표시했다. 첫 번째 코디는 A씨의 마음에 들지 않아 다음 화면으로 넘겼다. 몇 차례 화면을 넘기자 마음에 쏙 드는 의상이 나타났다. 선택을 하자 남방, 카디건, 청바지, 벨트, 양말 각각의 위치가 나타났다. 서랍에서 옷을 꺼내 차려 입고 외출 준비를 끝냈다.


몇 시간 전 충전시킨 전기자동차의 충전이 완료되어 A씨는 차를 몰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외출을 끝내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자 몸의 피로가 느껴졌다. A씨는 집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 예약해 놓은 시스템에 따라 욕조에 뜨거운 물이 찬 것을 확인한다. 한 시간 전에 받아놓은 물이 여전히 뜨끈뜨끈하다. 욕조 옆의 작은 족욕탕에도 물을 받았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도 함께 목욕을 시켰다. A씨는 기분 좋게 목욕을 끝내고 그대로 침실로 향했다.


시간은 밤 11시 30분. 내일 아침 출근을 위해 푹 잠들기 원하는 A씨는 리모컨으로 3단계 수면 모드를 선택했다.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자 잔잔한 클래식과 함께 방 안의 조명이 자동으로 차단됐다. 다리 밑 부분의 매트가 미세하게 진동을 시작했다. A씨는 그대로 잠에 빠져 들었다.


제조 에미션기술 美서도 인증


지능을 가진 집 ‘스마트 비서’가 되다 염료감응형 태양광 발전시스템.

머지않아 다가올 미래의 주택 거주자는 A씨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 삼성물산건설부문(대표 정연주) R&D 연구소는 68가지 국내 친환경기술을 적용한 ‘그린투모로우’를 내놨다.


‘그린투모로우’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R&D 연구 성과를 실제 주택에 구현한 전시관으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중동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 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기존 주택 대비 약 56% 절감할 수 있도록 건설됐다. 나머지 44%의 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로 자체 생산한다.


또 전시관 내부는 인테리어, 가구 등에 사용되는 자재와 기술들을 국내외 관련 업체들로부터 도입해 최대한 ‘제로 에너지’를 실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린투모로우는 미래 주택 기술에 제로 에너지, 제로 에미션, 그린 IT 세 가지 목표를 구축했다. 제로 에너지는 패시브 디자인과 액티브 디자인을 통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개념이다.


패시브 디자인은 건물의 내·외관을 개선해 자연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건물을 남향으로 짓고 가로로 길게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액티브 디자인은 일반 가정의 AC 교류 형태를 DC 직류 배전으로 전환해 효율적인 전기 사용을 도모했다.
제로 에미션은 건물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화하는 개념이다. 또 그린 IT는 자동 시스템을 통해 주택 전체에 제로 에너지와 제로 에미션이 실현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덕분에 삼성물산은 2009년 미국 그린빌딩협의회에서 주관하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 LEED의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으로 인정받았다. LEED 인증 빌딩은 건축비를 5~10% 절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그린투모로우에 구현된 기술 중 일부는 실제로 삼성 래미안 아파트에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 비용 절감 등의 난제를 극복하면 나머지 기술들도 미래 공동주택에 도입될 수 있다. 가상의 A씨와 같은 생활을 가능케 할 R&D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차량 충전 시스템은 공동 주택의 주차장에 설치된 기기를 통해 운영된다. 태양광으로 발전된 전력을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충전시키는 원리다. 사용자가 전기자동차 번호와 세대 정보만 입력하면 6~7시간 만에 간편하게 충전이 가능하다. 충전된 에너지 양과 비용 등이 터치스크린에 표시되기도 한다.


패키지 중수처리 시스템은 공동주택에서 사용하고 난 오·배수를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최종 처리 수는 2등급 이상으로 화장실 용수, 청소 용수, 조경 용수 등에 재사용된다. 자동화 시스템이라 다루기 쉽고 유지관리비가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지열 이용 냉난방 시스템은 연중 온도 약 15℃를 유지하는 지하 10m 이하의 지열을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 고효율 히트펌프가 에어컨과 바닥 온수 난방으로 연계돼 냉난방 에너지를 저감시킨다. 또 도로 용설 작업에도 이용돼 눈이 오면 도로에 쌓인 눈을 녹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건물 안은 요즘 같은 날씨에 보일러를 가동하지 않아도 온도가 높다. 이중 외피 시스템과 삼중 창호, 선룸 공기순환 시스템 등이 이를 가능케 한다. 먼저 이중 외피는 두 개의 유리 사이에 설치한 블라인드로 열 손실을 줄이고 환기 성능을 향상시킨다. 삼중 창호는 삼중 유리와 열교 방지 프레임 설계로 단열을 강화한 시스템이다. 중간에 아르곤 가스를 주입해 일반 유리보다 열 전도율이 5배 이상 뛰어나다.


한옥실에 적용된 선룸 공기순환 시스템도 눈에 띈다. 일사로 데워진 발코니 내 공기를 활용해 난방 에너지를 저감한 것으로 낮에는 바닥의 축열재에 열을 저장한다. 밤에는 저장된 열이 방출돼 발코니 주변의 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건강까지 생각한 비이오기술


빛의 효율도 높다. 거실에는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 들이기 위해 천창을 설치했다. 또 한쪽 벽 전면을 유리창으로, 반대편 벽면은 높은 곳에 창을 설치해 공기의 순환이 잘 이뤄지도록 했다. 거실이 유난히 밝고 환기가 잘 되는 까닭이다.


염료 감응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유리에 광감응 염료를 넣어 태양 전지로 이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창살 사이에서 전해질이 발생해 흐린 날이나 직사광선이 비치지 않을 때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어둡고 흐린 날은 내부에 인공 LED 조명이 가동되지만, 창으로 햇빛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실내조명이 소등된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실내 환경 센서제어 시스템이다. 센서가 천장에 부착돼 있어 햇빛 양에 따라 조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원리다. 집안에 있는 가구나 인테리어에 모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거주자의 건강을 도모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벽면은 바이오 기술 융합 마감자재를 사용했다. 콩, 옥수수전분, 식물성 기름 등을 사용해 화석연료를 저감한 것. 새집 증후군을 없애기 위해 친환경 페인트만을 이용해 벽면, 가구 등에 색을 칠했다. 책장은 나무 톱밥, 수납장과 식탁 등은 폐목재를 사용해 만들었고, 소파에 놓인 쿠션은 모두 곡식 껍질 등으로 채웠다. 식물 소재(사이잘)의 카펫과 재생종이·파이프를 활용한 테이블도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스마트 기술도 편리하게 구현됐다.


대기전력 차단 시스템은 사용하지 않는 가전기구가 대기모드일 때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해 준다. 주방관리 시스템을 통해 손쉽게 터치 한번이면 전기를 아낄 수 있다.
음식을 꺼내 다용도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유통기한, 조리법, 칼로리 등의 정보가 제공되는 주방관리 시스템은 RFID 기술이 상용화되면 가능해질 전망이다. RFID는 초소형 IC칩에 정보를 내장해 사물, 동·식물 등 다양한 개체의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옷장에 있는 옷의 위치를 파악해 사용자에게 피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RFID가 상용화되어야 실현될 수 있다. 의류 구입일, 최근 세탁일 등의 정보도 함께 나타난다.


RFID가 실내 바닥에 설치되면 로봇, 전동 휠체어 등에 위치 정보를 인식시킬 수도 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노약자에게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욕실 내에서 사용자의 체중, 체지방, 배변을 측정해 건강관리를 하는 시스템은 래미안 등 일부 주택에서 도입했다. 매직미러를 통해 결과가 나타나 간단한 검사는 병원에 방문하지 않아도 집에서 가능하다.


침실 환경조절 시스템은 수면에 과학을 접목시켰다. 빛, 소리, 진동을 조합해 사용자의 숙면을 돕는 시스템이다. 기상, 취침 등 상황별로 설정된 조명, 음악이 연출되며 진동을 통한 마사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코노믹 리뷰 백가혜 기자 l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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