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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괴물을 만드는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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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괴물을 만드는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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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마지막회 일 KBS2 오후 11시 15분
실험은 끝났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들을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던 요한을 한 입씩 깨물어 죽여 버렸다. 검은 편지처럼 검은 방에 불려간 아이들은 표정을 지운 얼굴로 똑같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죄는 지어졌으나 죄인이 없는 상황은 김진수의 죽음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죄의 존재조차 모르던 시절과 달리 아이들은 이제 선명한 자신의 잇자국을 보았으되 미간을 찌푸리지 않는다. 그 모습이 요한이 말한 ‘괴물’이라면, 그는 자신의 말대로 게임에서 이긴 셈이다. 그러나 그는 예언자일 뿐, 괴물을 만들어 낸 것은 아이들의 부모였다. 경찰에 포위된 상황에서, 요한은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구원하게 했다. 그러나 아이들과 꼭 닮은 어른들은 순결하지 못한 상처를 감추고, 살아남는 것으로 죽음에 대한 대가를 무게 달고, 조바심으로 일을 그르치면서 기회를 망쳐버렸다. 깊은 우물에서 퍼 올린 물에 비친 얼굴을 본 괴물은 비로소 자신이 괴물임을 알았고, 하얀 눈밭에 찍힌 발자국은 눈이 더 오기 전에는 지워지지 않는 법이다. 아이들의 여린 살에 도장처럼 찍혀버린 상처는 결국 그들을 어른들로 만들었다. 불결한 얼룩이 드러날까 조바심 난 아이들은 망가진 자리를 도려내고 비겁하고 비열하더라도 끝내 살아남는 것을 선택했다. 아이들의 눈은 전보다 검고 깊어졌으나 더 많은 죄의 눈이 내리면 그 자리는 감쪽같이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결국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실험에서 가장 큰 선택의 죄를 지은 것은 방아쇠를 당긴 어른들이다. 요한은 손가락을 걸게 했고, 총알 같은 아이들에게 방향을 돌릴 수 있는 힘은 부족했다. 감정이 결핍된 최치훈마저 친구들의 상처를 이해하자 괴물이 되기를 선택했다. 역시 한때 불행한 아이였던 요한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실험이 아닌 증명이다. 괴물은 자신의 기원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무례한 사람들로 가득 찬 세상은 괴물을 만드는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실험실이었다. 질문만을 던지던 드라마는 그렇게 지옥문을 닫을 수 있는 열쇠를 조용히 가리킨다. 하얀 눈밭에 아직 지워지지 않은 발자국을 따라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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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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