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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강진나면 학교·관공서가 가장 큰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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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내진 설계 대상 확대·기존건물 보강 공사 등 대안 마련 시급"

"한국에 강진나면 학교·관공서가 가장 큰 피해" 이문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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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우리나라 건물 내진 설계? 한마디로 형편없다. 특히 내진 설계 대상이 아닌 3층 이하인 학교나 관공서·연립주택 등이 위험하다. 만약 학생들이 등교했을 때 강진이 난다면 건물이 폭삭 주저앉아 인명피해가 엄청날 것이다. 보강 공사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발생한 진도 9.0의 대지진으로 한국의 건축물 안전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아시아경제가 만난 관련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국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에 대해 "형편없다"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축물 구조 안전 전문가인 이문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장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기자가 한국 건축물의 구조 안전성에 대해 묻자 한마디로 "문제가 많다"고 잘라 말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 680만동 중 겨우 2.3%인 16만동 정도가 내진 설계가 적용됐을 뿐 나머지 건축물은 지진 재해로부터 무방비 상태며, 특히 건축 구조 안전 전문가인 구조기술사가 개입해 제대로 설계된 내진 건축물은 전체 건축물의 0.6%인 4만동에 불과하다.

또 우리나라 아파트 등 주거 건물의 상당수가 비보강조적조(단순히 벽돌로 쌓아 올린 벽면)이어서 지진에 매우 취약하며, 서민 주택이 대부분인 2~5층 다세대 주택 및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피로티식 건물의 경우 지진에 매우 불리한 구조방식이면서도 제대로된 내진 설계없이 지어진 경우가 많아 만약의 경우 붕괴우려가 높다. 건축물 마감재ㆍ간판 등에는 아예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아 유사시 인명 피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회장은 이에 따라 우선 내진설계 대상을 현재의 '3층 이상 건축물'에서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모든 나라처럼 '전체 건축물'로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그동안 비교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져 왔지만,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진도 6.5 이상의 강진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내진 설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존 건축물에 대한 내진 보강 기준을 마련해 시급히 리모델링 또는 보강 공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어진 지 10년이 지난 다중 이용 건축물 등 중요 건축물의 경우 강진이 갑자기 발생할 경우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내진 보강 공사를 시급히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건축법 시행령 개정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재 3층 이하의 건물에 대해선 건축사가 내진 설계도 담당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규정을 구조기술사가 전담하도록 개정해야 하며, 구조 안전 설계가 현장 시공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구조 감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일본은 물론 후진국들도 모두 전문가인 구조기술사가 담당하도록 돼 있는데 한국만 유독 이상하게 돼 있다"며 "'디자이너' 격인 건축사의 경우 예비 과정에서 기본 지식만 배울 뿐 실제 구조물의 안전에 대한 지식ㆍ경험이 거의 전무한 상태인데, 내진 설계를 맡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중간 감리제'가 철폐되면서 내진 설계가 제대로 됐다고 하더라도 현장 시공 과정에서 올바르게 시공됐는지 감리감독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구조감리제도 도입을 통해 시공 과정을 감독해 내진 설계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의 '구조기술사 건축 구조 안전 설계 전담' 제도 도입 주장에 대해선 일선 건설 현장에서 유사한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건축사들이 내진 설계에 대해 솔직히 아는 게 하나도 없다"며 "이들이 내진 설계라고 해서 지어 놓은 3층 이하의 건물, 특히 학교나 관공서의 경우 제대로된 내진 설계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한 국내 대형건설사 15년차 현장 직원은 "건축사들은 디자이너에 불과하며 뼈대는 구조기술사에게 맡겨야 한다"며 "현재도 건축사들이 설계할 때 어차피 구조기술사들에게 용역을 줘서 구조설계를 하는 만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구조기술사들에게 구조 설계를 맡긴는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굴지의 대형건설사 차장급 직원도 "우리나라처럼 건축사에게 건물 구조 설계를 맡기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극히 드물다"며 "하루 빨리 구조 설계는 구조기술사가 전담하도록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건축사들도 커리큘럼과 시험 과목에 구조물 안전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소규모 건물은 얼마든지 내진 설계를 할 수 있다"며 "구조기술사들이 다 해야 한다는 주장은 수 십년째 이어온 상투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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