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에 강진나면 학교·관공서가 가장 큰 피해"

시계아이콘02분 1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전문가들 "내진 설계 대상 확대·기존건물 보강 공사 등 대안 마련 시급"

"한국에 강진나면 학교·관공서가 가장 큰 피해" 이문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장.
AD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우리나라 건물 내진 설계? 한마디로 형편없다. 특히 내진 설계 대상이 아닌 3층 이하인 학교나 관공서·연립주택 등이 위험하다. 만약 학생들이 등교했을 때 강진이 난다면 건물이 폭삭 주저앉아 인명피해가 엄청날 것이다. 보강 공사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발생한 진도 9.0의 대지진으로 한국의 건축물 안전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아시아경제가 만난 관련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국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에 대해 "형편없다"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축물 구조 안전 전문가인 이문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장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기자가 한국 건축물의 구조 안전성에 대해 묻자 한마디로 "문제가 많다"고 잘라 말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 680만동 중 겨우 2.3%인 16만동 정도가 내진 설계가 적용됐을 뿐 나머지 건축물은 지진 재해로부터 무방비 상태며, 특히 건축 구조 안전 전문가인 구조기술사가 개입해 제대로 설계된 내진 건축물은 전체 건축물의 0.6%인 4만동에 불과하다.

또 우리나라 아파트 등 주거 건물의 상당수가 비보강조적조(단순히 벽돌로 쌓아 올린 벽면)이어서 지진에 매우 취약하며, 서민 주택이 대부분인 2~5층 다세대 주택 및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피로티식 건물의 경우 지진에 매우 불리한 구조방식이면서도 제대로된 내진 설계없이 지어진 경우가 많아 만약의 경우 붕괴우려가 높다. 건축물 마감재ㆍ간판 등에는 아예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아 유사시 인명 피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회장은 이에 따라 우선 내진설계 대상을 현재의 '3층 이상 건축물'에서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모든 나라처럼 '전체 건축물'로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그동안 비교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져 왔지만,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진도 6.5 이상의 강진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내진 설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존 건축물에 대한 내진 보강 기준을 마련해 시급히 리모델링 또는 보강 공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어진 지 10년이 지난 다중 이용 건축물 등 중요 건축물의 경우 강진이 갑자기 발생할 경우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내진 보강 공사를 시급히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건축법 시행령 개정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재 3층 이하의 건물에 대해선 건축사가 내진 설계도 담당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규정을 구조기술사가 전담하도록 개정해야 하며, 구조 안전 설계가 현장 시공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구조 감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일본은 물론 후진국들도 모두 전문가인 구조기술사가 담당하도록 돼 있는데 한국만 유독 이상하게 돼 있다"며 "'디자이너' 격인 건축사의 경우 예비 과정에서 기본 지식만 배울 뿐 실제 구조물의 안전에 대한 지식ㆍ경험이 거의 전무한 상태인데, 내진 설계를 맡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중간 감리제'가 철폐되면서 내진 설계가 제대로 됐다고 하더라도 현장 시공 과정에서 올바르게 시공됐는지 감리감독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구조감리제도 도입을 통해 시공 과정을 감독해 내진 설계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의 '구조기술사 건축 구조 안전 설계 전담' 제도 도입 주장에 대해선 일선 건설 현장에서 유사한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건축사들이 내진 설계에 대해 솔직히 아는 게 하나도 없다"며 "이들이 내진 설계라고 해서 지어 놓은 3층 이하의 건물, 특히 학교나 관공서의 경우 제대로된 내진 설계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한 국내 대형건설사 15년차 현장 직원은 "건축사들은 디자이너에 불과하며 뼈대는 구조기술사에게 맡겨야 한다"며 "현재도 건축사들이 설계할 때 어차피 구조기술사들에게 용역을 줘서 구조설계를 하는 만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구조기술사들에게 구조 설계를 맡긴는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굴지의 대형건설사 차장급 직원도 "우리나라처럼 건축사에게 건물 구조 설계를 맡기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극히 드물다"며 "하루 빨리 구조 설계는 구조기술사가 전담하도록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건축사들도 커리큘럼과 시험 과목에 구조물 안전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소규모 건물은 얼마든지 내진 설계를 할 수 있다"며 "구조기술사들이 다 해야 한다는 주장은 수 십년째 이어온 상투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