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사진)은 11일 "동반성장은 사회통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일부에서 오해가 있는데 진의를 전달하기 위해 더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전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강도 높게 비판한 후 나온 것으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재계의 반발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정 위원장은 애초 이날 오후 해군사관학교에서 강의가 예정돼 있어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경남 진해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날 이 회장의 발언 이후 논란이 증폭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급히 일정을 변경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 다소 상기된 모습으로 여의도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실로 출근했다.
이후 출입문을 걸어 잠근 채 직원들로부터 관련내용을 보고받은 후 각계 전문가들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조언을 구했다. 정 위원장은 재계의 반발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이르면 이날 중 내부 입장을 정리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정 위원장은 이 회장이나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 재계측과 인사들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구차해 보인다"며 선을 그었다. 일전 관례대로 각 기업이나 재계측에서 먼저 정 위원장에게 요청을 하면 만날 의사가 있지만 자신이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정식 출범 후 현재까지 위원회 회의는 세번(서면회의 한차례 포함), 개별 대기업을 직접 방문한 건 지난달 현대중공업과 8일 현대차를 방문한 게 전부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회사가 준비한 상생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 현대차는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발표하기 전부터 잡혀있던 강연에 초청받아서 방문했다.
이 회장의 발언이 갑작스러웠던 만큼 위원회 내부 분위기는 오전까지 가라앉아 있었다. 조태용 동반성장위원회 본부장은 이날 정 위원장이 사무실에 모습을 나타내기 전까지 "위원장을 포함해 내부에서도 좀더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차분한 분위기와 달리 이 회장의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발언 이후 외부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날 오전 이른 시간에 출근해 관련기사를 정리하던 한 직원은 "이 회장 발언과 관련한 기사가 너무 많아 주요 신문에 보도된 일부 내용만 추슬려 보고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3차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에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당시 위원회 내부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도 없는데다 아직 구체적인 수단이 마련되지 않는 상태에서 너무 성급한 발표였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당시 동반성장지수, 적합업종선정 등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논의하면서 시간이 길어져 초과이익공유제를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을 뿐 이미 관련내용에 대해선 공유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이후에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강해졌지만 정 위원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달 중 실무위원회를 꾸려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며 강행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10일 이건희 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관철할 의지가 있음을 거듭 밝혔지만 실제 도입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이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지식경제부와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다"며 정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등 관할부처 수장들이 대부분 현실불가론을 외치면서 한발 물러서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기구인 탓에 각 기업들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충분히 논의를 거쳐 오해를 풀어갈 것"이라며 "수용여부를 대기업 자율에 맡긴 만큼 충분히 가능한 제도"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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