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더 칭찬 받는 한국 게임 산업
작년 수출 15억달러… 미개척 시장 진출·中 도전 뿌리치기 과제
대한민국 게임 산업은 국내에서만 잘 나가는 산업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대한민국 게임은 칭찬의 대상이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잘 나가는 ‘수출 효자 산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09년 수출입 기록을 기준으로 본 국내 게임 산업의 수출 규모는 12억4085만 달러. 수입은 3억3225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2002년 수출 규모가 1억4079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10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10배 이상의 성장을 거둔 셈이다.
게임 플랫폼별로 수출입 규모를 살펴보면 역시 온라인게임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온라인게임은 12억1166억 달러를 수출해 전체 게임 수출액의 97.6%를 차지했다. 해외 온라인게임의 수입 규모는 4296만 달러다.
해외에서도 쏠쏠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우리 게임 산업의 주무대는 어디일까? 바로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의 34.9%를 차지해 세계 수출국 중 가장 비중이 높았으며, 일본은 26.5%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는 미국(12.3%), 대만(8.3%), 유럽(8.2%), 동남아(6.7%)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 게임 산업에 있어서 그동안 최대의 수출 무대는 일본이었다. 하지만 과거 한국의 PC 대중화 현상이 중국에서도 재연되고, 덩달아 게임 수요가 늘어나면서 2008년부터 대중(對中) 수출량이 대일(對日) 수출량을 앞질렀다.
일본은 비록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수출시장으로 떨어졌지만, 26.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중국과 함께 국내 게임 수출의 양대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에는 이처럼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권을 대상으로 한 국내 게임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체 게임 수출 규모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의 게임 시장인 미국과 중화권 국가의 또 다른 핵심인 대만 시장에서의 수출 증가세는 주춤한 상황이다.
한국산 게임 신흥국서도 인기몰이
국내 게임 산업의 향후 수출 호조세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일단 수출길에는 파란 불이 켜졌다. 온라인게임의 향후 수출 전망이 아주 밝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는 한국 온라인게임이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신흥 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의 존재는 미미했다. 한국 게임이 2000년대 중반부터 신흥 국가에 발을 넓힌 덕에 이 지역에도 온라인게임 시장이 비로소 탄생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미르의 전설’, 웹젠의 ‘뮤’ 등 한국산 게임이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할 정도로 한국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샨다, 텐센트 등 중국 토종 게임업체들이 급부상하고 중국 정부가 외산 게임에 대한 견제정책을 펼치면서 한국의 온라인게임보다 중국의 온라인게임이 더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은 세계적인 ‘게임 빅 마켓’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중국산 온라인게임의 세계 시장 점유율(중국 내수 판매량 포함)은 31.3%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한때는 우리나라가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렸지만, 지금은 ‘후발주자’ 중국이 ‘스승’ 한국을 앞지른 셈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온라인게임은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스마트게이트의 FPS게임 ‘크로스파이어’는 동시 접속자 수가 230만 명을 돌파하는 중국 최고 인기 게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네오플의 격투게임 ‘던전앤파이터’도 동시 접속자 수가 220만 명에 이른다. 대만,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중화권 인근 국가에서도 국산 게임들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한국 온라인게임은 아시아권 진출 이후 꾸준한 현지화 전략과 콘텐츠 강화를 통해 승승장구하면서 신흥 국가 안에서 게임 산업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세계시장 점유율 4%대 돌파할 듯
중동, 아프리카, 동부 유럽 등 온라인게임의 미개척 시장이 아직 많다는 것도 우리에게는 호재이자 해결해야 할 숙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미개척 시장은 PC나 인터넷 등 게임에 필요한 인프라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 최대의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과 일본, 동남아에서 보여 준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 현지화 전략을 잘 결합시킨다면 미개척 시장에서도 한국 게임의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아케이드 게임과 모바일 게임도 아시아 지역과 미주 및 유럽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 특성을 감안한 수출 전략이 펼쳐질 예정이어서 전반적인 국내 게임 산업의 수출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출이 있으면 수입도 있는 법. 해외 게임의 국내 수입은 수출에 비해 규모가 작아 크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지만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해외 게임의 수입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 블리자드가 개발한 ‘스타크래프트 2’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해외에서 생산된 게임기기와 컨트롤러의 수입이 전반적인 수입 증가를 야기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비디오게임은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비디오게임은 2억6980만 달러를 수입해 전체 게임 수입액의 81.2%를 차지했다. 비디오게임의 수출액은 401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0.3%에 불과했다. 수출이 무역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온라인게임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면 세계 속에서 한국 게임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 게임의 기술이나 수준,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는 세계 각 나라가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실제 시장 점유율은 인기도에 비해 낮은 편이다.
2009년 기준으로 한국 게임의 세계 시장 매출액은 35억 8,100만 달러. 세계 게임시장의 총 매출액이 1173억7200만 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불과 3.1%의 점유율을 기록한 셈이다. 국내 게임시장의 성장 속도보다 세계 게임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 빨랐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향후 세계 시장과 국내 시장의 성장 추세를 감안할 때, 올해에는 전체 게임 시장 점유율이 4%대로 올라서서 국내 게임시장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 정백현 기자 jjeo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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