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소정 기자] "노원구에 1980년대 후반 준공한 아파트는 20년 후에 재건축을 생각하고 내부 파이프 라인을 16년 정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현재 다 썩은 파이프안에서 나오는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마냥 재건축 연한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하느냐." (노원사랑방 카페 이수성 홍보부장)
서울 노원구 주민들이 뿔 났다. 서울시가 공동주택 재건축 허용 연한에 대해 현행기준을 유지키로 방침을 정하면서 조기 재건축을 추진하려고 했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노원구 주공아파트 단지는 1단지부터 16단지까지 있다. 대부분이 1987~1989년에 입주한 아파트다. 2004년 5월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8단지만 제외하고는 현행 연한대로라면 2022년(1988년 입주 기준)에 재건축이 가능하다. 만약 서울시 조례안대로 재건축 연한 단축이 결정됐다면 2013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노원구 일대 아파트의 재건축이 추진되려면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 재건축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던 주민들도 곳곳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노원구 주공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내진설계도 안 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 불안하다"며 "아파트마다 설계가 다르고 상황이 다른데 같은 기준으로 재건축 연한을 정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터넷 카페인 '노원사랑방'의 이수성 부장도 " 월계동 일부 아파트에는 균열이 발생해 열손실이 심하다"며 "주차 공간이 부족해 지하주차장을 2층까지 만드는 것도 검토했지만 지반이 약해 만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지반이 약한데 4도까지 견딜 수 있는 내진설비가 됐다고 해도 어떻게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느냐"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재건축 연한 단축 보류 방침에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노원구측도 대응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지진이 일어나게 되면 내진설계가 안된 아파트들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며 "재건축 연한 단축 보류는 주민들에게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는 선택권 자체를 박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 자문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검토한 후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민들의 이같은 반발 움직임과는 달리 당장 이 지역 집값은 아직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이 추진되더라도 입주까지 최소 10~20년 이상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당초 집값에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원구 상계동 A부동산 관계자는 "실망매물이 나왔느냐는 문의전화는 있었지만 매물을 내놓겠다는 사람은 없다"며 "재건축 연한이 단축되더라도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그리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인근 B부동산 관계자도 "현재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매매가는 저점보다 조금 올라와 있는 상태로 이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학군수요에 따른 실수요자들의 유입 때문이었다"이라며 "재건축 연한 단축 보류가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문소정 기자 moon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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