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대우, 1일 한국지엠으로 사명 교체..르노삼성은 2020년까지 '삼성' 사용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GM은 ‘대우’를 잘라냈지만 르노는 ‘삼성’을 여전히 품고 있다. 2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우와 17년간 생명력을 이어가는 삼성. 국내 자동차 역사의 두 주역인 대우와 삼성이 엇갈린 운명의 길을 걷고 있다.
GM대우가 1일 사명을 '한국지엠'으로 바꾼 데 이어 국내에서 생산·판매하는 모든 차량의 브랜드를 '쉐보레(Chevrolet)'로 교체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83년 대우자동차 설립 이후 29년간 장대하게 이어온 '대우' 브랜드는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동안 대우 브랜드는 르망, 티코 등 숱한 히트작을 남겼는가 하면 1998년 쌍용차 인수, 2000년 법정관리, 2002년 GM대우 출범 등 선굵은 행보를 보이며 강인한 생존력을 자랑했다. 특히 2002년 GM이 대우를 인수할 때는 대우 브랜드 사용권을 360억원에 일괄 구매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GM이 이번에 결국 '대우'를 버린 것은 '실패한 브랜드'라는 부담을 털고 분위기를 쇄신해 재도약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아카몬 사장도 "쉐보레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판 삼아 경쟁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대우'를 버림으로써 '지엠'을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GM대우와 달리 르노삼성은 '삼성' 브랜드를 2020년까지 사용할 방침이다. 르노삼성의 전신인 삼성자동차는 1995년 출범했지만 경영 악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2000년 르노에 인수됐다. 당시 르노는 삼성 브랜드를 2010년까지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얼마 후 2020년까지로 재연장했다.
르노삼성이 삼성 브랜드를 고집하는 것은 삼성 계열사인 삼성카드가 르노삼성의 지분 19.9%를 갖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르노삼성측은 "삼성 브랜드가 갖는 긍정적인 효과는 연간 국내 매출의 1% 정도인 브랜드 사용료보다 훨씬 크다"며 삼성이라는 이름이 소비자들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해 판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판매 현장에서 지엠대우 영업사원들이 ‘대우’가 아닌 ‘지엠’을 강조한 반면 르노삼성 직원들은 ‘르노’보다 ‘삼성’을 부각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해 르노삼성은 10.7%의 점유율로 8.6%의 한국GM을 제쳤다. 하지만 올 1월 양측간 격차는 9.8%대 8.3%로 줄어들었다. 한국GM은 상반기부터 대대적인 신차 출시로 반격의 고삐를 죄는 반면 르노삼성은 하반기 신형 SM7으로 방어한다는 전략이다. 대우를 버린 지엠과 삼성을 품은 르노의 진검승부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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