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리비아 사태로 국제유가가 오르는 진짜 이유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1초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리비아의 정정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매일 오르고 있다. 정확히 말해서 리비아가 원유생산을 줄이자 공급불안으로 유가가 뛰고 있다. 그러나 세계 원유 생산량의 고작 1.4%만 생산하는 리비야가 생산을 일부 중단했다고 해서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진짜 이유는 뭘까?


◆WTI 23일 장중 100달러 돌파= 2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4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2.8%(2.68달러) 오른 배럴당 98.10달러에 장을 마쳤다. WTI는 장 중 한때 배럴당 100.01달러까지 치솟으며 배럴당 100.37달러를 기록한 지난 2008년10월2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은 세계 산유량의 36%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 나라에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WTI 가격은 올들어 약 9.4% 급등했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 4월 인도 가격은 런던국제거래소(ICE)에서 5.2%(5.47달러) 상승한 배럴당 111.2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8월29일 이후 최고가다.

브렌트유는 3거래일 동안 8달러 이상(약 8%)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3일 연속 기준 최대 상승폭이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던 2주간 상승률은 2.7%에 그쳤었다.


로이터 통신은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 장관이 "사우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석유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공급을 늘릴 준비를 마쳤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리비아 사태가 걸프전 이후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홀딩스를 인용 "리비아와 알제리의 석유 생산이 동시에 중단되면 유가가 배럴당 22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짜 비밀은 리비아산과 같은 '고급 경질유' 부족=리비아의 원유생산량은 하루 160만 배럴 정도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2개 회원국 중 9번째다. 그렇게 많은 양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리비아 때문에 전 세계 석유시장이 요동친다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비밀은 리비아산 원유의 품질에 있다. 리비아가 생산하는 원유는 국제 시장에서 탐을 많이 내는 유종이다. 유황 함유량이 0.44%로 매우 적고 밀도가 낮아 쉽게 정제할 수 있는 경질유(light sweet crude)다. 연소시 아황산가스 발생도 적으니 환경에도 좋아 수요가 많은 원유다.


그래서 북해산 브렌트유나 WTI 대체물로 간주돼 왔다.


그런데 리비아의 거대한 사막 밑에는 이런 경질유가 꽉 차 있다. 스페인 석유회사 렙솔YPF가 트리폴리 남쪽 800km 지점의 엘 샤라라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는 유황 함유량이 고작 0.07%에 불과했다. 23일 생산중단으로 이런 고급유의 절반 가량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게 됐다.


반면, OPEC 회원국들은 추가 증산 여력이 있지만 회원국이 보유한 원유는 유황 함유량이 많고 밀도가 높은 중질유다. 석유수출국기구가 하루 470만 배럴의 증산능력이 있다고 하지만 리비아 원유를 대체할 물량은 매우 빈약하다.


더욱이 사우리아라비아산 '아랍 경질유'는 황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1.8%인 중질유여서 디젤과 같은 제품을 생산하기가 더 어렵다는 게 석유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경규제도 한몫=이처럼 고급 유종이 부족한데다 디젤 등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가격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질유는 배럴당 디젤 생산량이 중질유보다 많다.


여기에다 저유황 원유에 대한 수요를 증폭시키는 환경규제도 한몫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기계류 연료와 내륙수로에서 황 함유량을 제한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이런 제한을 철도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사정은 미국에서도 비슷하다. 미국은 올해 단 200만 배럴의 고유황 난방유를 판매했으며 올 여음에는 같은 양의 저유황유를 구매할 예정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이유에서 애널리스트들이 현 상황을 2008년과 비교하기 시작해 가격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디젤용 저유황 경질류 부족이 브렌트유와 WTI를 배럴당 145달러까지 치솟게 했다. 브렌트유는 23일 2년 반 만에 배럴당 111달러를 기록했다.


환경규제와 디젤수요가 경질유 가격 압력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반론도 적지 않다. 정유사들이 2008년 이후 중질유에서 경질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대규모 시설투자를 단행한 결과 전세계 정유능력이 하루 330만 배럴 증가한 925만 배럴로 증가했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정유 분야 애널리스트인 토릴 보소니는 강조했다.


지난 해 4분기에 급감하긴 했지만 석유비축량도 2007년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은 7억2700만 배럴 저장할 수 있는 비축시설에 저유황유를 2억9300만 배럴 비축해놓고 있다 . 그리고 부족분은 OPEC이 언제든지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IEA는 지적했다.


그렇지만 기업들이 예비로 비축분을 증가시킬 경우 이것이 다시 수요를 촉발시켜 가격상승을 부채질 할 수도 있다. 그만큼 앞으로도 경질유 가격 상승 가능성은 높다는 뜻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박희준 기자 jacklondon@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