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급증에 부채 커져
취약점 개선·시장쏠림 방지 총력
저금리와 유동성의 과잉은 언젠가는 거품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미국에서는 2001년 이후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정책이 지속되면서 부동산시장에 한바탕 광풍이 불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환상으로 사람들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집을 샀다. 결국 미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모기지회사는 주택가격의 100%까지 대출해주는 피기백(piggy back)대출은 물론 대출한도를 초과하는 점보대출, 무서류대출(non-doc)까지 경쟁적으로 판매했다. 그러나 2005년 하반기를 정점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게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이다. 이 과정에서 채무불이행 급증으로 미국 내 400만채 이상의 주택이 차압당했고 450만채 이상은 차압위기에 몰리는 등 수많은 서민ㆍ중산층이 거리로 나앉았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전체 모기지대출의 22%는 담보자산인 주택가격이 대출금액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가계와 정부 모두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2000년대 중반 주택가격 상승기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을 통해 부동산 버블에 선제적으로 대응했고, 그 덕분에 여타 선진국과 달리 현재까지는 건전성 측면에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8ㆍ29 대책'이후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다시 늘고 있다. 더욱이 물가불안 및 시중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의 채무상환능력 저하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추가로 인상되면 가계부문의 부실확대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전체의 9할에 달하는 데다 금리변경 주기도 3~6개월이 대부분으로 매우 짧은 편이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은 변동금리 비중이 3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것은 소비자들이 금리가 높다는 이유로 고정금리부 대출을 선호하지 않는 데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많은 사람이 주택을 장기 주거목적보다는 단기 투자나 투기의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금리리스크 관리에 유리한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대출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또 대출기간 중 원리금을 분할상환하기보다는 대부분 거치기간 연장을 통해 이자만 납입하다 원금은 만기에 일시상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금리상승기에 가계의 이자부담은 급증하게 되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한 가계는 소위 '이자폭탄'에 의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물론 현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이 대규모로 부실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감독당국에서는 향후 외부 환경이 불리하게 변화할 것에 대비해 가계와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보와 함께 특히 금리상승에 취약한 서민계층의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데 감독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주택담보대출이 가진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하는 동시에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지나치게 쏠리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서민들이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는데 유익한 재무수단이다. 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상환능력을 고려해 적절한 수준에서 대출규모를 정하고, 특히 대출기간 전체에서 발생하는 금리변동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계청의 '2010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의하면 부채가구 중 71.8%는 '부담스럽다', 26.6%는 '매우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주택가격의 버블도 방지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또 다른 금융불안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보다 거시적이고 선제적인 정책적 노력과 함께 금융소비자들의 현명한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은행서비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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