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 공정사회추진회의에서 세금정책 강력 비판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부자감세하고 4대강 하느라 돈이 부족한거냐?", "종부세는 없애버리고 우리를 잡느냐?"
17일 청와대 세종실, 이명박 대통령 면전에서 뼈아픈 비판이 이어졌다. 이날 처음으로 열린 공정사회추진회의에 민간전문가 자격으로 참가한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발언기회를 얻어 6분여간 작심한 듯 말을 쏟아낸 것이다.
김 회장은 우선 "공정사회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공정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불공정으로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저희 한국납세자연맹이 최근 전개한 '신용카드소득공제 폐지 반대 서명운동'에 1주일 만에 6만여명이 참여했는데, 서명코너에 남긴 글들을 보면 근로소득자의 세금 불공평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다"라며 민심을 전했다.
김 회장은 "서명자 김모씨의 '1인당 신용카드공제액이 연간 25만원 안팎에 그치는데, 매달 휘발류세금 15만원씩 1년이면 180만원 낸다. 재벌이나 나나 똑같이 이렇게 같은 간접세를 물리는데. 직접세 조금 줄여달라는 게 뭐 그리 문제가 되는가' 등 불공평에 화난 민심을 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29세 여자, 35세 남자 등 독신근로자가 가장 많이 참여했는데, 독신근로자의 경우에는 보험료와 신용카드공제가 전부여서 공제폐지 반대에 참여가 많았다"면서 "봉급 받아 양가부모에게 생활비 보내주고, 사교육비 지출하고, 전세금 인상으로 빠듯한 생활을 유지하는 서민들은 증세에 대해 '노(NO)'라는 민심이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배우자가 1년에 겨우 100만원 번다는 이유로 연말정산 때 배우자공제와 특별공제도 안해주고, 이걸 모르고 공제받았다가 소득보다 더 큰 세금 추징당하는 경우도 있다"며 현재의 연말정산제도에 이의를 제기했다.
4대 보험과 관련해서는 "4대 보험에 대한 불만도 높은데, 배우자가 사업자등록증 내고 자기사업을 시작하면 사업초기라 소득도 없는데 맨 먼저 국민연금에서 지역연금 보험료 내라고 전화 오고, 배우자 명의 집이 있다면 매달 지역건강보험료가 10만원 이상 부과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배우자 명의로 14억원짜리 은행예금 넣어서 4000만원의 분리과세이자소득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배우자공제도 받고,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데, 유독 열심히 일한 대가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대해 중과세하니 불만이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단에 전화하면 '법이 그렇게 돼있다.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공단직원의 고압적인 말뿐"이라며 "이렇게 매달 억울함을 당하는 국민이 수백만명이고, 지역건강보험·국민연금 장기체납자가 100만명이 넘는다. 보험료부과기준의 불공평문제로 사회적 약자배려라는 사회보험이 오히려 약자에게 고통이 되는 어이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이러한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과에 대한 불공평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쉽지 않은 복잡한 문제인데, 그 이유는 섣불리 법 개정을 하면 또 다른 불평등과 세수부족을 야기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불공평이 현 정권이 야기한 문제는 아니지만 납세자의 불만은 현 정권을 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정사회'가 납세자의 신뢰를 받으려면 납세자들이 왜 억울한지 대해 먼저 공감을 표시해야 한다"면서 "모든 공감은 논리적 설명이나 반박보다 앞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정권에서 불공평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대립시키면서 비합리적이고 인기영합적인 포퓰리즘 정치행태를 보인 바 있으며, 지금도 한국정치는 이런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이밖에 "고소득전문직의 세금탈루 방지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무검증제도는 '신고납세제도'라는 조세의 대원칙에 위배된다", "물가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유통회사를 세무조사로 압박하겠다는 최근 정부의 조치는 더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등 최근 현안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현정부에서 공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는데, 공정한 법 집행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그 법이 타당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법 중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법이 너무 많아 국민이 많이 반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발언 하나하나에 답변하지 않고, 모두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공정사회 실행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만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회의가 끝난후 청와대 일부 참모들이 "잘 말했다", "대통령 앞이라고 듣기 좋은 말만 해서는 안된다"고 격려했고,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오늘 발언한 의견을 정리해서 달라. 검토해보겠다"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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