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실력은 입증했다. 문제는 적응. 새 리그에 뛰어든 박찬호(오릭스)가 집중해야 할 과제다.
일본프로야구는 발 빠른 타자들이 즐비하다. 투수에게 주자 허용은 어김없이 방해로 이어진다. 타자와 승부에서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메이저리그 17년 경험의 베테랑에게도 예외란 없다.
박찬호는 15일 오릭스 자체 홍백전에서 이를 실감했다. 2회 1사 1, 2루서 타자 아라카네를 땅볼 병살타를 이끌어냈지만 보크 판정을 받았다. 마나베 주심과 1루심이 동시에 세트 포지션에서 정지동작을 생략했다고 지적했다. 야구 규칙상 투수는 공을 던지기 전 글러브에 공을 넣고 정지 동작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어김없이 보크 판정이 내려진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16일 이를 상세히 보도했다. ‘박찬호, 보크 판정에 심판과 10분 면담’이라는 기사를 통해 “세트 포지션에서 완전히 정지하지 않았다”고 밝힌 마나베 주심의 판정을 다뤘다. 마운드에서 내려와 10분간 토론을 벌인 박찬호도 함께 조명했다. 그는 주심에게 “세트 포지션에서 몇 초나 정지해야 하는가”, “어떻게 정지 동작을 취하는 것이 좋은가”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일본 스포츠니폰은 “일본프로야구는 보크를 엄격하게 판정한다”며 “일본무대가 외국인 투수들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첫 실전 피칭에서 넘어서야할 과제를 만나게 된 셈이다.
사실 박찬호는 보크와 거리가 멀다. 메이저리그 17시즌동안 범한 개수는 14번에 불과하다. 빠른 퀵 모션에도 불구, 오해를 산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일본야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그간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이 엄격한 보크 판정으로 자주 애를 먹었다”며 “세트 포지션에서 1초 정도 멈춰야 심판의 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산에서 뛰다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게리 레스와 다니엘 리오스는 모두 보크에 고개를 숙였다. 레스는 2005년 라쿠텐에서 실수를 5번 범했다. 리오스도 시범경기와 시즌서 각각 2번씩 보크를 저질렀다. SK에서 뛰었던 에스테반 얀은 신기록까지 세웠다. 2006년 한신에서 뛰며 무려 12번 실수를 범했다. 반면 한국에서 보크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문제는 보크가 투구 폼에 영향을 주기 쉽다는 데 있다. 자세의 변화는 자칫 제구력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에 일본야구 관계자는 “주자를 허용했을 때 퀵 모션의 강점을 유지하되 투구 동작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안정된 제구력을 위기 상황에서도 보여주는 것이 스프링캠프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찬호가 베테랑인 만큼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줄곧 “새로운 야구를 경험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실로 이뤄진 바람. 그 선택과 집중은 첫 실전에서부터 해답을 제공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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