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지난해 말부터 전셋집을 구하던 회사원 문모씨는 최근 서울 성북구의 다가구주택을 반전세로 계약했다. 그는 애초 전세 주택을 원했다. 하지만 괜찮은 전세 물건을 소개해달라며 찾아간 20여군데의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돌아온 답은 한결같이 '전세 자체가 씨가 말랐다'였다. 문씨는 "이사갈 날짜가 촉박해지면서 집을 구할 수 없겠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며 "결국 마음에 드는 월세물건의 주인에게 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월세를 4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내려달라고 사정해 계약했다"고 말했다.
단독·다가구 주택의 월세 증가세가 심상찮다. 서울 강남권 전세 아파트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서민들이 대부분 거주하는 단독·다가구 주택까지 옮겨가는 데 따른 현상이다.
1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에서 거래된 단독·다가구 주택 월세 거래건수는 신고일(동주민센터에 신고한 신고일) 기준 총 2959건이었다. 이는 전달 2817건 보다 142건(5%)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단독·다가구 주택의 월세 거래 는 9월 1791건으로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10월(2273건)부터 상승세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실제 단독·다가구 주택의 월세 거래는 더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통계가 확정일자 제도를 활용해 구축되는 데 단독·다가구 월세 물량 중 월세 계약을 한 뒤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단독·다가구 주택의 월세 거래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아파트에서 비롯된 전세난이 가져온 '풍선효과' 때문이다. 아파트에 살던 세입자 중 단독·다가구로 넘어온 경우가 늘어나면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올랐던 임대가가 단독·다가구까지 확산된 것이다. 최근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도 단독·다가구의 월세 전환을 높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가구 주택은 아파트보다 월세가 낮아 월세 세입자를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이라며 "또 최근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도 않다 보니 다가구 주택 주인들이 매달 일정 금액이 들어오는 월세를 더 선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에 따르면 현재 전국 평균 월세 이율은 지난달 0.94%로 전달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월세 이율은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이자율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전세금이 1억원이고 집주인이 이를 보증부 월세로 바꿔 5000만원을 보증금으로 하고 나머지 5000만원 분을 월세로 받는다고 할 때 월세 이율이 1%라면 매달 50만원을 받는 것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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