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뉴욕증시는 2일(현지시간) 이집트 사태 악화와 주요 기업들의 저조한 실적으로 다우지수를 제외하고 소폭 하락 마감했다. 고용지수와 주택시장지수의 개선이 주가 낙폭을 다소 줄였으나 영향은 크지 않았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1.81포인트(0.02%) 오른 1만2041.97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3.56포인트(0.27%) 떨어진 1304.03에, 나스닥지수는 1.63포인트(0.06%) 빠진 2749.56으로 거래를 마쳤다.
◆기대 이하 기업실적, 지표 개선 영향은 ‘미미’=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세계 최대 TV셋톱박스용 칩 제조사 브로드콤은 4분기 영업이익률 50.9%로 시장 기대치 51.6%를 밑돌면서 주가가 5.6% 하락했다. 세계 최대 건강보험사 아프락(Aflac)도 4분기 영업이익이 주당 1.33달러로 전망치 1.35달러를 밑돌았다. 아프락의 주가는 2.4% 떨어졌다.
게임제작사 일렉트로닉아츠가 16% 올랐고 타임워너도 4분기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22%증가하는 등 호실적으로 8.6% 올랐으나 역부족이었다. 한편 이날 발표된 민간고용은 18만7000명 증가해 전문가 예상치 14만명을 상회하며 고용시장 회복세를 보였으나 실업률을 현저히 낮출 정도의 수치는 아니었다. 모기지은행협회(MBA) 주택융자신청지수도 전주 대비 11.3% 상승하며 2주만에 다시 증가세를 보였지만 증시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한편 미국 중부·북동부를 중심으로 닥친 한파로 인해 자동차메이커 등 제조업체들이 생산라인 가동을 일시 중단했고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소매시장의 일시적 부진이 예상됐다.
◆이집트 사태 악화.. 다시 커진 우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9월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잠시 진정됐던 이집트 사태가 다시 악화되면서 뉴욕증시에도 유가급등 우려를 부각시키며 악재로 작용했다.
2일 카이로에서는 반정부-친정부 시위대 간 유혈충돌이 발생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아흐메드 파리드 이집트 보건부장관은 국영방송에서 이날 충돌로 1명이 사망하고 40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군이 시종 방관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치안 공백으로 유혈충돌이 빚어지자 일각에서는 무바라크 대통령측이 관제시위를 사주해 혼란을 조장하고 있으며 이를 진압의 빌미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이집트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책임자들을 규탄한다”고 밝히면서 “평화적인 시위와 언론에 대한 일련의 공격을 크게 우려한다”며 즉각 무바라크 대통령이 정권이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국제유가는 다시 강세로= 이집트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3월 인도분은 전장대비 9센트 소폭 오른 90.86달러에 마감했다. 100달러선을 돌파했던 북해산 브렌트유 3월 인도분은 런던국제거래소(ICE) 선물시장에서 전장대비 64센트(0.6%) 오른 102.38달러에 거래를 마쳐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2.5%가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와 홍해-지중해간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중동산 원유를 세계에 하루 300만배럴 이상 수송하는 수에즈 운하가 폐쇄될 우려는 없다고 밝혔으나 이집트 정세불안이 국제유가시장의 여전한 불안요인으로 남아 있다.
한편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는 원유 및 가솔린 비축량이 지난주 예상치보다 늘어났다고 발표하면서 국제유가 상승압력을 다소 상쇄했다. EIA는 원유 재고량이 259만배럴(0.8%) 증가한 3억4316만배럴, 가솔린 재고량은 615만배럴(2.7%) 증가한 2억3623만배럴이라고 밝혔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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