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가 지난해 8월 이후 최대폭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9주만에 첫 주간하락을 기록했다.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166.13포인트(1.39%) 하락한 1만1823.7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68.39포인트(2.48%) 떨어진 2686.89로, S&P500 지수는 23.2포인트(1.79%) 빠진 1276.34로 거래를 마쳤다.
이집트 사태가 악재로 작용했다. 다우지수가 9주연속 상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는 점도 부담이 됐다는 평가다. 이날 개장 전 미국 상무부는 지난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집트 사태 악화, 지수 상승 부담감도 악재로
이집트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지수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에서는 이날도 수만명의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고, 당국은 군부대를 투입하고 야간 통행금지령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이집트를 넘어 아랍권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해리스 프라이빗 뱅크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잭 알빈은 "투자자들은 안전함을 추구한다"면서 "너무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이집트는 실제로 상당히 끔찍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우지수가 이날 9주 연속상승을 눈앞에 뒀던 만큼, 이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다우지수가 1만1871.84를 넘어섰다면 9주연속 상승마감을 달성해 1995년 이후 최장기간 연속 상승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우지수는 지난해 11월26일 이후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美 4Q GDP성장률 3.2%, 개인소비 지출 4.4%↑
미국 상무부는 이날 개장 전 지난 4분기 GDP 성장률이 3.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3분기의 2.6%보다는 양호한 수치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3.5%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만 개인소비 지출은 4.4% 증가해 지난 2006년 1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GDP성장률을 정확하게 전망했던 크리스 로우 FTN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 GDP증가는 강한 소비와 많지 않은 재고를 통해 이뤄진 건강한 수치"라면서 "이는 향후 생산이 더 강력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개장 직후 발표된 1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 12월 74.5에서 소폭 하락한 74.2로 집계됐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73.3보다는 양호했다.
최근 강세로 인한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경기회복세는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팰리세이드 캐피탈의 CIO 댄 베루는 "경제회복 모멘텀이 존재할 때에도 주가지수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짧은 시간 꾸준히 상승했던 만큼 5%까지도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러한 조정이 장기적인 회복세를 꺾을 수는 없다"고 장담했다.
◆포드 실적 부진으로 자동차주 약세
이날 실적을 발표한 포드가 어닝쇼크를 경험했고 자동차업종이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포드는 지난 4분기 순이익이 79%나 급감했고, 계절조정을 거친 주당순이익(EPS)은 30센트로 전망치 48센트를 크게 하회했다. 주가도 13%나 급락해 16.2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GM도 5.4% 떨어진 36.6달러를 기록했다.
아마존은 1분기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7.2% 하락해 171.1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판매가 부진했다는 소식에 3.9% 빠진 27.7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온라인 리쿠르팅 업체 몬스터월드와이드는 무려 25%나 급락해 S&P500 지수에 포함된 종목 중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분기 수익성이 악화돼 주당순이익(EPS)이 1센트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악재가 됐다.
◆이집트 사태로 달러화, 금, 유가 동반상승
이집트 사태가 심화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해 달러화 가치와 금값이 급등했다.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유가도 4% 이상 뛰었다.
유로화대비 달러화는 3주래 최대폭 상승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1% 상승해 1.358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화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스위스프랑도 유로화대비 1.4% 올랐다.
최근 연일 약세를 보이던 금값은 12주래 최대폭 상승했다. 뉴욕 상품거래소(COMEX) 4월만기 금선물이 온스당 21.9달러(1.7%) 오른 1341.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2월4일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라살선물그룹의 금속 트레이더 매튜 제먼은 "이집트 사태 심화가 금값 반등세에 가속도를 붙였다"면서 "사람들은 불안함보다는 안전함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유가도 4.3%나 급등했다. 지난 2009년 9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 3월만기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배럴당 3.7달러(4.3%) 오른 89.3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집트 사태가 심화되면서 중동 주요생산국들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된 것이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더프는 "이집트에서 일어난 일이 리비아나 사우디아라비아에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말로 중동 산유국에 대한 우려를 대신했다.
정재우 기자 jj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