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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탐욕이 부른 구제역 창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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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탐욕이 부른 구제역 창궐 윤석원 중앙대학교 산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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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3개월도 안되는 동안 한반도 전체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1월 말 기준으로 제주와 전남을 제외한 8개 시ㆍ도, 63개 군에서 발생했고 소 14만5000여마리, 돼지 272만8000여마리 등 약 288만마리가 살처분, 매몰되고 3조원에 가까운 재정이 투입됐다. 돼지는 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전체의 25%를 넘는 엄청난 숫자다.


엎친 데 덮친 꼴로 그동안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던 호남지방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50만여마리의 오리, 닭 등의 가금류가 매몰됐다. 경기를 비롯한 일부 지역의 경우 전체 가축의 60% 이상이 살처분됐다. 그야말로 한국 축산업 전체가 사면초가의 곤경에 처해 있다.

이렇게 사태가 심각해지자 최근 우리사회는 책임공방이 한창이다. 축산 농가들의 방역의식 결핍이라거나, 초기대응에 실패한 방역당국의 책임이라거나, 대통령의 문제인식 수준이 미약하다거나, 날씨가 너무 추워서 방역에 차질이 있다거나, 연중 예방대책 및 근본적 예방을 위한 방역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등 구제역 창궐의 책임소재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국회는 국정조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급기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사태가 마무리되면 책임지고 사퇴할 것이라고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누군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 전체적인 설전을 지켜보면서 아쉬운 것은 왜 구제역과 같은 가축의 질병이 이렇게까지 창궐하는가에 대한 인류생태학적인 근원적 성찰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축산 농가들의 방역의식이 제고되거나, 방역당국이 초기에 잘 대응했더라면, 또 대통령의 문제인식 수준이 높았다면, 날씨가 너무 춥지 않아서 방역에 차질이 없었다면, 연중 예방대책 및 근본적 예방을 위한 방역체계가 확립돼 있었다면 과연 구제역은 창궐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창궐하지 않을까. 조금은 좋아지겠지만 전혀 그럴 것 같지가 않다.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각종 가축 질병 즉 광우병,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돼지콜레라 등은 모두 자연의 질서와 생태의 섭리를 어기고 인간의 욕망을 채우려는 오만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경제성장과 함께 인간들은 1㎏의 고기를 먹기 위해 7~8㎏의 곡물을 사료로 사용하면서 까지 고기 생산에 혈안이 돼 있다.


결국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좁은 공간에 가축을 몰아넣고, 초식동물에게 동물성사료를 먹이는가 하면, 햇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살코기만을 생산하려는 공장식 축산 방식을 택하게 됐다. 그러니 가축들이 면역력이 있을 리가 없다. 면역력이 없으니 항생제나 화학물질을 남용하게 되고 결국 가축은 각종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집에서 기르는 멧돼지는 구제역에 감염이 되지만 자연 상태에 있는 멧돼지는 구제역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구제역을 비롯한 가축질병 창궐의 책임은 바로 인간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제국 인간들의 탐욕과 자연과 생태를 거스르는 창조질서의 훼손에 있다. 공장식 밀집사육이 아니라 친환경적 생태순환 축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간의 식욕을 충족시킨다는 미명하에 동물을 살코기 생산의 도구로만 인식하는 데서 탈피해야 한다. 축산을 하더라도 가축과 환경과 인간이 조화롭게 호흡하며 건강한 생태환경이 유지되도록 축산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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