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 자리를 꿰찬 중국이 강화된 글로벌 영향력에 맞춰 금융시장 빗장을 조금씩 풀고 있다. 은행들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 최근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위안화 국제화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국제시장 中 은행 해외진출에 관심 고조=지난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은행 격인 중국개발은행(CDB)이 독일 은행 웨스트LB 지분 인수 루머에 대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지난달 말 외신들이 웨스트LB의 지분 인수 입찰 참여자로 사모펀드 브랙스톤, 아폴로 매니지먼트, J.C. 플라워스앤코, 중국개발은행 등 4곳을 제시한 것에 대한 회사측 반응이다.
국제사회가 중국 은행들의 해외 진출 소식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최근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 개방에 대한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 동안 국유은행의 해외 은행 지분 인수가 상대국의 정치적 반발을 일으킬까봐 조심스러워 하며 은행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지하지 못했었다. 2007년 영국 바클레이스은행 지분 3%를 인수한 중국개발은행은 2008년 미국 씨티그룹 투자와 독일 드레스드너방크 지분 인수를 시도했지만 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내지 못해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은행들은 정부의 지원 하에 해외 시장에서 잇달아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 중국공상은행(ICBC)은 지난달 유럽 지점 다섯 곳을 신설하며 유럽 내 지점 수를 9곳으로 늘린데 이어 홍콩 동아은행(東亞銀行)의 미국 사업부 지분 80%를 인수한다고 밝혀 미국 소매금융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장젠칭(姜建淸) 공상은행 회장은 최근 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해 외신 기자들에게 "동아은행 미국 사업부 인수는 공상은행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가운데 '작은 부분(Small potatoes)'에 불과하다"며 "이머징마켓 중심의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을 펴는 동시에 미국 시장 진출을 장기적으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도 '저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많은 중국 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 이러한 '저우추취' 움직임은 중국 은행권으로 확대되고 있고, 은행권을 통한 위안화 국제화로까지 연결되고 있는 모습이다.
올 초 중국 금융당국은 국유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은행(BoC)에 대해 미국지점에서 위안화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HSBC 등 외국계 은행을 통해 위안화를 사고 팔았던 미국인들도 중국 은행을 통해 위안화 거래를 가능케 한 것이다.
개인 고객의 경우 하루 최대 4000달러, 1년 2만달러 안에서 위안화를 환전할 수 있도록 한도를 뒀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달러화 및 다른 통화로 완전히 상호 교환 할 수 있도록 단계를 밟고 있다고 분석하며 BOC에 이어 다른 중국 은행들도 위안화 거래의 장벽을 허물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금융 당국은 또 다음 달부터 은행 간 거래만 가능했던 통화 스와프(Currency Swaps)의 문턱을 은행의 주요 고객인 기업들로까지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위안화의 활용도가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것이다. 외국 기업들이 금리 변동이나 위안화 환율 헤징(Hedging)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통화 스와프를 통한 기업들의 위안화 채권 발행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올 초부터 중국 일부 지역의 시민들과 기업들의 위안화를 이용한 해외 직접투자도 허용됐다.
부자 상인들이 몰려있는 저장성 원저우(溫州)시의 경우 시민 1인당 연 2억 달러 한도로 해외직접투자가 가능해졌다. 또 위안화 무역결제가 허용된 지역의 기업과 은행들을 상대로 위안화 해외투자가 허용됐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09년 7월 부터 중국 기업들이 달러화 대신 위안화를 이용해 국제 무역 거래가 가능하도록 승인했으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위안화 결제가 가능한 무역 거래 대상국과 기업 수를 확대하면서 위안화 국제화에 힘을 불어 넣었다. 300개가 겨우 넘었던 위안화 무역결제 가능 수출업체 수는 7만개로 늘어난 상태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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